[삶과 주택]산자락에 호젓이… 청계동 「단독주택」

  • 입력 1997년 12월 22일 08시 11분


정주하는 집은 우주의 중심이다.거기엔 항구적으로 땅과 하늘과 인연을 맺는 중심점이 있다. 중심이 흔들릴 때 그려지는 원은 완벽하지 않다. 집은 그렇게 우리들이 돌아가는 중심이다. 더욱이 도심과 떨어져 있는 단독주택인 경우 땅과 하늘을 잇는 중심성의 개념은 중요해진다. 청계동 주택은 과천터널 못미쳐 청계산 입구의 나지막한 산자락에 서 있다. 따라서 청계동 주택의 중심은 그 땅에서 오랜 세월 삶을 일궈왔던 원래의 한옥 농가주택의 자리를 반복해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다. 처음 그 한옥을 방문했을 때 대문을 나서며 마주한 멀리 보이는 청계산 계곡은 좋은 인상을 남겼다. 작은 안마당을 낀 안채를 나오며 마주하는 바깥마당과 소로와 청계산의 계곡이 자연스레 동쪽으로 연결되는 축은 청계동 주택의 좌표가 됐다. 건축물은 인공적인 산물이지만 자연 속에 위치하면서 자연을 더 자연답게, 건축을 더 건축답게 일구어 낼 수 있을 때만 진정한 의미의 건축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집터」를 지키다 간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지혜를 빌려오는 작업이다. 청계산의 조각가 강은엽선생님의 작은집과 작업실은 그런 생각들로부터 출발했다. 그린벨트지역 내의 농가를 개축해 지상에는 주거, 지하에는 작업실을 마련했다. 작고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집, 주거와 작업이 한지붕내에서 이루어지되 거리를 두고 작업실과 주거부분이 분리될 수 있도록 천장고를 충분히 확보했다. 또 대문으로부터 현관까지 오르는 길은 단순히 외부세계와 집을 연결하는 통로가 아니라 청계산 골짜기까지를 포괄하는 길목이며 집은 깊이가 드러나도록 약간 틀어져 있다. 진입하는 사람들이 집과 직각으로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동서수직창호에 붙인 날개(병풍)품을 암시하는 것이다. 건물의 외관은 노출 콘크리트다. 다만 실내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백색조의 밝은 벽면에 바닥은 짙은회색의 황등석(화강석)물갈기 직전의 마감이다. 작은 실내지만 높은 천장고, 남쪽으로 열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반원형의 천장으로 반사된 빛은 집안을 안온하게 감싸안는다. 그래서 소박한 우주가 된다. 정기용 (기용건축연구소 소장) ▼약력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대학원 졸 △프랑스 국립장식미술학과 실내건축과, 파리 제8대학 도시계획과 졸 △한양대 건축과 강사 △서울건축학교(SA) 운영위원 02―395―0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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