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救國위한 한 표의 결단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제15대 대통령선거의 날이 밝았다. 오늘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민과 함께 나라를 파탄에서 구하고 21세기를 열어야 할 대통령을 뽑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선택에 유권자들이 모두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기에 이 나라 국민된 사람의 당연한 책무이며 소중한 권리다. 선관위와 여론조사기관들은 아직 지지후보를 못 정했다거나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부동층(浮動層)이 많아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요 후보들이 모두 얼마간씩의 흠을 가진데다 그동안의 무차별 상호비방으로 너나없이 상처를 입어 그중에서 한 사람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파탄에 따른 국민의 좌절과 실의, 그리고 정치불신이 투표심리를 크게 위축시켜 놓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투표장에 나가서 우리와 후손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런 설계에 많은 국민이 참여할수록 국난극복은 더욱 빨라지고 미래에 대한 준비도 탄탄해질 수 있다. 부동층이 많은 것도 선택을 앞두고 신중히 생각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깊게 고뇌해 한 표의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투표는 유권자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그리고 가장 강력한 국정참여행위다. 특히 대선투표는 5년에 한번밖에 없다.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자격을 내던지는 일이다. 각종 선거의 투표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주로 젊은 층의 기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투표율을 높이고 정치와 나라를 건강하게 만들려면 누구보다도 젊은 세대가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1세기는 젊은이들의 세기다. 오늘 선거는 21세기를 여는 첫 행사다. 21세기의 개막에 21세기의 주역들이 동참하는 것은 영광이며 의무다. 그동안의 선거운동과정에서는 저질폭로와 흑색선전이 많았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거짓선전에 현혹되거나 지연 혈연 학연 따위에 나라의 미래를 저당잡히는 것은 성숙한 유권자가 할 일이 아니다. 현명한 유권자는 각 후보의 정책 능력 경륜 등을 세심하게 비교, 현재의 국가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세기를 열어가는 데 어느 후보가 가장 적합한지를 냉철하게 판단할 것이다. 만약 최선의 후보가 없다면 차선이라도 골라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열네번에 걸쳐 7명의 대통령을 뽑았다. 그러나 그 대통령들은 모두 참담한 결말을 맞았거나 맞고 있다. 급기야 국가경제를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에 맡기게 됐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대통령 본인의 실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을 잘못 뽑은 국민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번에야말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한다. 한 표를 찍은 손가락을 원망하는 일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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