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무역의 날」과 골병든 「수출 한국」

  • 입력 1997년 12월 1일 20시 03분


▼1일의 제34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경제단체장 기업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식장 분위기는 바깥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수출부진의 여파로 1백억달러 수출탑은 물론, 50억달러 수출탑 수상업체도 나오지 않았다. 외화가 모자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통사정하는 마당이라 이날 행사는 더욱 빛을 잃었다 ▼「수출 입국」의 신화는 최대 교역대상국인 미국 시장에서부터 무참하게 깨지고 있다. 첨단 고가제품은 일본에 치이고 중저가 제품은 중국에 밀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전체 무역적자(2백6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1백16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수출이 안되면 수입이라도 줄여야 무역수지를 개선할수 있을텐데 위스키 의류 화장품 승용차 등 소비재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64년 「무역의 날」 전신인 「수출의 날」을 제정한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매달 한차례 정례적으로 청와대에서 수출진흥회의를 열고 목표에 미달하는 부처와 기업체를 채근했다. 박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부추기거나 요즘 유행인 김대통령 때리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경제 챙기기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대기업 부도가 몇달째 속출하는 상황인데도 청와대에서 7개월만에 처음으로 확대 경제장관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일본 상사 한국주재원 모모세 다다시는 최근 펴낸 베스트셀러 저서에서 부인이 세계 최고급 화장품들로 즐비한 한국 백화점 화장품 코너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 국산 화장품의 품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외제를 들여다 파는 데만 골몰하고 있어 더욱 놀랐다는 이야기다. 위 아래로 정신 못차리는 사이에 「수출 한국」은 골병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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