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자연 속에서 「자연사랑」배워요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40분


스페인 마드리드의 클라렛 공립학교 12학년인 하비에르(16)는 올 4월 부활절 방학기간에 친구들과 함께 학교측이 마련한 자연학습 야영대회에 다녀왔다. 장소는 마드리드 인근 브루고스의 카스티야캠프장. 아영장에 도착해 저녁식사 준비를 할 때 선생님들은 가능한 한 가스나 전기시설을 사용하지 말고 숲에서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불로 요리를 하도록 지시했다. 이튿날에는 그룹별로 주위에 있는 흙과 돌 등 자연물로 집짓기를 하는 등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때도 살아있는 동식물은 절대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야영생활은 잠자리나 화장실 등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시의 편리한 생활에만 길들여진 하비에르에게는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귀중한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밤에도 너무 더워 텐트의 지퍼를 열어놓고 잠을 잔 뒤 아침에 깨어 보니 어느새 새끼양 한 마리가 들어와 곁에서 잠들어 있었어요』 하비에르는 또 『저녁 때 아침준비를 해 놓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근처 농장의 가축들이 음식을 모두 먹어치워 굶은 적도 있었지만 모두 즐거워했다』며 『야영생활을 통해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토르콰토 타소 고등학교도 매년 5월이면 근교 숲으로 일주일간 야영을 떠난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며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스스로 체험토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야영의 백미는 20㎞나 되는 산길 도보행군. 학생들은 차를 타지 않고 산길을 걷는 것이 힘들었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나무와 꽃을 직접 만져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처음에는 멋을 부리느라 옷차림에 신경쓰던 여학생들도 휴식시간이면 풀밭에 드러누워 꽃이름을 외우는 등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됐다. 이 학교 아칠레 아치아바티교장(54)은 『야영에서 돌아오면 학생들은 공원의 풀 한포기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등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실에서보다 현장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카메오 고등학교 역시 환경교육은 강의실보다 현장학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자가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복도에서는 「환경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진동아리 회원들이 과외활동으로 테주강 등 환경보호구역에서 자연보호를 주제로 촬영한 것. 특히 내년 봄 「바다」를 주제로 리스본에서 국제박람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각급 학교에서도 환경관련 전시회나 글짓기 대회가 잦아졌다. 학교측은 수업시간에 따로 환경보호에 대한 학습을 시키지 않고 학생들이 자율적인 체험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들 나라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각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거리낌없이 아무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가 하면 거리에는 애완견의 배설물이 여기저기 널려있기 일쑤다. 스페인의 경우 최근 들어서야 거리에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그러나 마드리드의 경우 도시면적의 4분의1 가량을 숲이 우거진 공원이 차지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어려서부터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데 익숙하게 돼 있다. 클라렛학교의 호세 미겔교사(35)는 『거리가 지저분할 때는 청소를 깨끗이 하면 해결된다』며 『중요한 것은 자연환경이 아끼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이라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로마·마드리드·리스본〓홍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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