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종찬/난치병 치료 「대체의학」에 기대

  • 입력 1997년 10월 23일 08시 01분


서구사회는 서양의학이 성인병 치료에 한계를 보이면서 대체의학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체의학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독일은 물론 미국에서도 대체의학을 통한 의료이용이 90년대 들어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미 대체의학에 대한 학문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공인된 의학연구기관인 국립보건원도 대체의학 연구비를 매년 증가시키면서 서양의학과 대체의학간 교류를 촉진시키고 있다. 대체의학은 현대 의학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인 의학으로 발전해왔다. 인간의 몸은 자율적인 치유능력을 갖기 때문에 이 능력을 향상시켜 질병을 치유한다는 것이 대체의학이다. 이는 자연의 물질을 그대로 이용하는 자연요법, 특정 미네랄 성분이 포함된 온천욕을 이용하는 수(水)요법, 유사한 성분으로 유사한 성분을 지닌 질병을 치료하는 동종요법 등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중 동종요법은 독일 민속요법으로 시작되어 서구사회에서 훌륭한 대체의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체의학이 대중에 전파되는 이유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다 기존 의학계가 치유하지 못하는 질병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경우에 따라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대체의학을 제도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구에서 공인받은 대체의학뿐 아니라 아시아에도 우리가 눈여겨 볼 만한 대체의학이 있다. 인도 티베트 몽골 베트남 등의 전통의학은 과학적인 검증을 필요로 하는 대체의학이다.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체의학이 생활 속으로 파고 드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의학은 과학인 동시에 문화다. 동양이 지난 2천년간 서양을 만나 거의 서구화되면서도 아시아 전통의학은 고유한 의학지식체계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의학의 문화적인 힘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해 있을 뿐 아니라 민속요법이 발전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대체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마련돼 있다. 대체의학은 기존 의학체계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동적 연구를 통해 한국의학의 문화적 토양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대체의학의 육성은 의료가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생활의학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종찬(아주대의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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