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MBC 월화 미니시리즈 「예감」

  • 입력 1997년 9월 29일 08시 02분


우연히 길을 나서던 두남자가 동시에 마주 달려오던 개구쟁이 꼬마와 부딪친다. 들고 있던 물건이 길바닥에 쏟아진다. 한 남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어머니에게 『애나 똑바로 보시오』라고 내뱉는다. 다른 남자는 친절히 물건을 주워준다. 29일부터 시작하는 MBC 월화 미니시리즈 「예감」에는 성격이 다른 두 남자가 등장한다. SBS 「행복의 시작」이래 열달만에 브라운관에 나서는 손지창과 MBC 미니시리즈 「산」에 출연했던 감우성. 연출자 이승렬PD는 한 화면속에 두 남자가 동시에 같은 상황에 처하는 장면을 여러 컷 삽입한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지만 곧 한 여인을 두고 서로에게 치명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시청자는 두 남자의 대비를 통해 나름대로 좋아하는 유형을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손지창은 실력있는 건축설계사이며 재벌의 상속자이기도 한 냉정하고 무례한 인물 경민으로 등장한다. 감우성은 정감있고 따뜻한 순정의 남자 준섭으로 나선다. 화장품회사 말단 직원인 여주인공 유림(이혜영)이 두 남자사이에서 오간다. 처음에는 준섭의 애인으로, 중반에는 카리스마적인 경민의 매력에 끌리는 여인으로. 언뜻 정감이 가지 않는 모습으로 비쳐질 경민은 싸늘하지만 묘한 매력을 지녔다. 빈틈없이 단단한 분위기속에 담겨진 영혼의 상처도 엿보인다. 손지창은 『비극적인 성장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불신을 지닌 인물이지만 유림을 만나 점차 변해가는 인물』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한다. 이 때문에 그의 성격은 점차 다양하게 변모하며 입체감을 지닌다. 감우성은 자기 역에 대해 『애인에 대해 끝까지 성실하고 일관된 믿음을 보이는 역할』이라고 소개한다. 두 사람사이를 오가는 이혜영은 내면의 갈등과 파란을 연기해야 함에도 오버액션이 느껴진다. 기존의 「가볍게 튀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듯. 『남자에게 사랑받는 역은 처음』이라는 이혜영은 『이미지를 갑자기 바꾸면 불리할 것같아 그랬다』며 『후반부가 많이 남아있으니 변신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게다가 세사람의 만남과 이혜영의 신분상승을 동시에 엮어가다보니 우연성이 남발되는 안이한 구성이 드러난다. 이PD는 『드라마에서 우연성은 필연』이라고 주장하지만 과하면 만화처럼 가벼워보일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기획의도는 영화 「귀여운 여인」과 동화 또는 드라마 「신데렐라」의 혼합속에 뭉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직장 여성의 현실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인지, 시청자의 수준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닌지.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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