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사회의 두 모습

  • 입력 1997년 9월 21일 20시 28분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둔 공직사회의 판이한 두 모습이 눈길을 끈다. 하나는 대선 유력후보에 대한 고위공직자들의 줄서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기말 공직기강 해이가 상상외로 심각하다는 점이다. 줄서기가 준 것은 여당후보의 낮은 지지율과 5자(者)구도로 전개되는 대선정국의 불확실성 탓으로 보이나 어쨌든 고질적 관권선거의 암영(暗影)이 이번엔 지워질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문제는 공직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기강해이와 복지부동 현상이다.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엎드려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이고 골프를 치는 경우까지 있다니 이러고도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신기하다. 일선 민원부서에서는 창구직원들마저 덩달아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아 민원인의 불평과 항의가 높다고 한다. 대통령 임기말의 공직기강 해이는 언제나 있었던 일이긴 하다. 과거 예로 보면 고위공직자는 선거에만 신경을 쓰고 중하위직은 감독이 느슨해진 틈을 타 사복(私腹)을 채우거나 멋대로 업무처리를 해버리는 일도 많았다. 그때마다 정부는 감사 사정활동을 강화하는 등 민원에 불편이 없도록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요즘은 자체감사활동도 시들하고 윗사람은 가급적 싫은 소리를 않으며 대충대충 넘기려 하는 분위기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기강이 잡힐 리 없다. 선거와 위민(爲民)행정은 분명히 별개다. 공직사회가 선거분위기를 타고 흔들리면 민생은 표류하게 마련이다. 정부는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행정기강을 바로잡아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게 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공복(公僕)으로서의 분수를 지키도록 다잡아주는 것도 공정한 선거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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