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英「고구려고분벽화전」 성황을 보며…

  • 입력 1997년 9월 18일 20시 30분


▼외국인을 만나 보면 우리 나라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한국에는 고유의 문화가 아예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은 유사한 문화 정도로 인식하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국력 신장에 따라 한국이 해외에 널리 알려지기는 했어도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외국의 박물관을 찾을 때면 더욱 섭섭한 감정을 갖게 된다. 선진국의 저명한 박물관에는 으레 다른 나라의 문화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게 마련인데 중국이나 일본 전시실은 있어도 한국 전시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간혹 아시아 지역의 유물을 전시하면서 한쪽 귀퉁이에 한국의 전통의상이나 생활도구를 갖다 놓은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 어디서 구입했는지 우리 것이 아닌 엉뚱한 물건이 놓여져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입증하는 여러 문화유산 가운데 고구려 고분벽화는 단연 압권이다. 힘차고 간결한 묘사와 그림 전체에서 우러나오는 신비한 느낌은 오랜 벽화 전통을 갖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도 훨씬 뛰어나다. 현재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구려고분벽화전」이 대단한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은 모처럼 우리 문화가 해외에서 제 대접을 받은 것 같아 매우 반갑게 들린다 ▼이번 전시회가 비록 고분벽화의 실물 대신에 사진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하루 1만명에 이르는 관람객은 고구려 벽화가 주는 신비감과 생생한 감동에 흠뻑 젖어 돌아간다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들 벽화가 우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중국이나 북한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점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이기도 한 이 고분벽화가 소중하게 보존되도록 우리 스스로도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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