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인천가좌동 민경익-김화동씨부부

  • 입력 1997년 8월 29일 08시 15분


인천 가좌동 진주아파트에 사는 민경익(40·부평제일교회 전도사) 김화동씨(40·놀이방 운영)부부는 외아들 석홍이(가정초등교 6년)에게 생활 속의 재활용을 늘 강조한다. 「아파트 재활용 바구니는 보물 바구니」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 부부가 즐겨 입는 옷의 대부분은 재활용 바구니에서 「건진」 것들이다. 새옷과 다름없는 옷들을 깨끗이 빨아 가족이 나눠 입고 동창이나 친척들에게도 나눠준다. 책장 옷걸이 철제선반 탁상시계 장난감 등도 주워와 부서진 곳을 손보거나 예쁘게 장식을 한 뒤 새 것처럼 쓴다. 다 먹고 난 우유갑 음료수병 케이크상자를 버리지 않고 놀이방에서 쓸 낱말카드나 사물함으로 만드는 것은 기본. 석홍이도 여기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해 쓸만한 물건들을 곧잘 만들어낸다. 딱딱한 책표지와 낡은 시계, 요플레컵으로 근사한 독서대도 만들었고 작년에는 옷걸이 플라스틱쟁반 비닐끈으로 만든 농구대로 한국자원재생공사 주최 「폐품을 이용한 생활용품 공모전」에서 금상을 타기도 했다. 『최대한 근검절약하며 살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절약한 돈은 선명회와 장애인단체에 매달 성금으로 보내고 있죠』 아버지 민씨는 석홍이가 이것저것 주워와 재활용하는 것을 기특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거지근성」을 키우는 게 아닌가 싶어 지레 염려도 된다고. 그러나 석홍이는 『유명브랜드 옷은 약간 세련된 것 빼놓고는 차이도 없는데 비싸기만 하더라』고 제법 철든 소리를 하며 용돈을 꼬박꼬박 적금에 붓는다. 놀이방에 온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거나 놀이방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줄 때마다 엄마로부터 받는 5백원도 보태 중학교 입학금을 스스로 해결할 생각. 석홍이는 반 친구들에게 인기도 높고 수영 과학상자조립 글짓기도 잘 해 부모의 큰 자랑거리다. 다만 형제가 없어 외롭게 자랄까봐 민씨 부부는 토요일을 「집 개방의 날」로 정해 친구들이 집에 와서 신나게 놀다가 자고 갈 수도 있게 마음을 써주며 지인의 외동딸과 의남매도 맺어주었다. 『종이와 연필로 하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죠』 어머니 김씨는 어린 시절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공부하라는 잔소리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석홍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부부가 함께 연습해 가족노래부르기대회에도 나가고 TV를 보는 대신 석홍이를 데리고 무료 클래식음악회나 도서관을 자주 찾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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