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 체험기]말聯거주 김선주씨

  • 입력 1997년 8월 25일 08시 04분


인터내셔널 스쿨 중학과정에 다니는 큰딸 윤(15)이는 자기 반 친구들이 모두 몇 나라에서 왔는지 모른다. 28명밖에 안되지만 미국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영국 등 세계 각국 출신이 모였다. 윤이가 가끔씩 집으로 초대하는 친구 또한 여러나라 아이들이다. 생활관습이 달라 나는 딸의 친구들이 놀러와 있는 동안에도 불편을 느끼는데 윤이와 은(12·초등학교 6년)이는 전혀 그렇지않아 정말 세대차를 실감한다. 어려서부터 외국 아이들과 한데 어울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출신이 다른 친구끼리 잘 어울리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덕분일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오면 다른 나라 친구들 이름을 대며 가정환경 생활특성은 물론 그들의 나라는 어떤 곳인지 자세히 물어보며 관심을 보여준다. 부모가 친구들에게 관심을 보이자 아이들은 외국 친구들과 더 적극적으로 사귀는 것 같았다. 인도 친구가 아프면 문병 가고 영국 친구가 자기 나라 일로 시무룩해 있으면 위로할 줄도 아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민 자녀들은 대부분 성격이 밝고 착해서 좋다. 바둥거리지 않고 키워서 그런지 대체로 순진한 편이지만 부모들이 관대하게 기른 탓인지 버릇이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외국생활 초기에 아이들에게 집안일은 꼭 한가지씩이라도 맡기는 등 가정교육은 엄격하게 했다. 설거지는 윤이, 집안청소는 은이 몫이다. 덕분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예절 바르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 한국문화를 지키면서도 외국의 아픔과 어려움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처럼 느낄 수 있는 지구촌가족으로서의 자세도 어려서부터 교육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김선주<말레이시아 8년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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