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음식 빨래 육아등 집안살림 『외부조달』

  • 입력 1997년 8월 25일 08시 04분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정에서도 아웃소싱(Out―sourcing·외부조달)이 의 식 주 육아 등 전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아웃소싱이란 원래 기업경영에서 핵심업무만 남겨 놓고 단순노무 청소 건물관리 사원 복리후생 차량지원 업무 등 부가가치가 낮은 일들은 다 떼어내 외부 전문용역기관에 맡기는 다이어트 경영기법. 세탁도 외출복이나 세탁소에 맡기는 정도를 넘어 요즘엔 속옷까지 빨래방에 맡기는 경우가 흔해졌다. 이사도 마찬가지. 주인은 손 하나 까딱 안해도 이삿짐을 고스란히 옮겨준다. 쇼핑도 대행업체에 부탁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가정에서의 아웃소싱이란 가사 등 가정내부의 일을 외부서비스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편리성과 비용절감을 꾀하는 것을 말한다. 가정학자들은 가정을 지켜온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가정 사회 직장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져 이런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앞으로 가정은 사랑이라는 가치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가정학자들은 대체로 한국가정에서 아웃소싱은 소박한 형태이긴 하지만 오래전에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70년대 맞벌이부부들에게서 보이기 시작한 시부모나 친정부모의 손자육아가 바로 그것. 요즘에는 24시간 탁아소 등 사설 육아전문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방과후 각종 학원에 보내거나 학교에서 실시하는 열린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가정의 아웃소싱은 이젠 전업주부 가정이나 독신자가정에서도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맞벌이부부인 강숙희씨(35)는 아웃소싱 가정의 대표적 사례. 남편과 두 자녀(7,5세)등 네 식구인 강씨네는 웬만한 것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한다. 살고 있는 32평 아파트는 전셋집이다. 앞으로는 자가용승용차를 팔고 필요할 때만 렌터카를 빌려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아침식사는 가게에서 사온 빵이나 우유 등 간단한 「아웃소싱 먹을거리」로 때운다. 집안 살림은 파출부 아줌마의 몫. 서울 수서동에서 병든 노모를 모시고 사는 무역업자 김모씨(42)는 파출부 겸 홈헬퍼를 두고 아웃소싱으로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 홈헬퍼는 거동이 불편한 노모의 용변 목욕 등을 수발해줄 뿐 아니라 부인이 회사에 나간 뒤 빨래를 해주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 식사까지 챙겨준다. 비용은 한달에 1백만원. 한달에 한두번 있는 집안의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땐 출장뷔페 호텔뷔페 등을 이용한다. 외국바이어와의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땐 파티복대여점에서 옷을 빌려 입기도 한다. 가정의 아웃소싱은 어디까지 갈까. 학자들은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가 세계 최초로 합법화한 「계약결혼제」도 넓은 의미의 아웃소싱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받아 임신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이러한 의미에서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씨받이도 출산의 변형된 아웃소싱이라고 지적했다.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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