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72)

  • 입력 1997년 8월 19일 07시 52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25〉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거상(巨象)은 나를 바닥에 내던졌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동료들을 거느리고 어딘가로 가버렸습니다. 아마도 놈들은 나에 대한 복수가 끝났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코끼리들이 사라진 뒤에도 나는 오랫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뒤에서야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온몸이 쑤시고 아파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꼼짝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서야 어느 정도 아픔이 가라앉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몸을 일으키고 주변 형편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그런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와 있는 곳은 뜻밖에도 코끼리의 무덤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내 주변에는 코끼리의 뼈며 상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 거대한 코끼리 무덤을 넋이 나간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나는 이윽고 발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습니다. 공포와 굶주림에 시달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몸을 이끌고 나는 하루 낮 하루 밤을 쉴 새 없이 걸어 겨우 주인댁으로 돌아왔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온 나를 보자 주인은 몹시 놀라며 소리쳤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정말이지 네 일이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는데 마침내 돌아왔구나』 그러한 주인을 향하여 나는 물을 좀 달라는 시늉을 했습니다. 주인은 급히 달려가 물을 가져왔습니다. 나는 벌컥벌컥 물을 마셨고 주인은 그러한 나에게 말했습니다. 『어젯밤에 네가 돌아오지 않아 사람들을 데리고 가보았다. 그랬더니 그 거대한 나무가 뿌리째 뽑혀버리고 너는 보이지 않아 사방으로 찾아 헤맸다. 그래도 끝내 찾을 수가 없어 아무래도 코끼리들한테 죽은 줄로만 알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나는 내가 겪은 일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몹시 놀라워하며 말했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자네는 알라께 감사를 드려야 해. 그건 그렇고 자네가 버려졌다는 그 장소를 기억할 수 있겠는가?』 『네. 나리』 내가 이렇게 대답하자 주인은 희색이 만면하여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일 아침 함께 거길 가보기로 하자』 이튿날 아침 주인과 나는 코끼리를 타고 그 장소를 찾아갔습니다. 험준한 바위 절벽을 돌아 폭포 뒤에 숨어 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 주인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거기에는 상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거대한 상아더미를 넋을 잃은 눈으로 바라보고 섰던 주인은 이윽고 그것을 코끼리 등에다 싣기 시작했습니다. 실을 수 있는 데까지 잔뜩 상아를 실은 뒤에야 주인은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주인은 흥분된 목소리로 내게 말했습니다. 『오, 당신은 알기나 하시오? 당신은 나에게 엄청난 돈을 벌 구멍을 가리켜준 것이오. 전능하신 신의 은총으로, 신께서 지켜보시는 앞에서, 당신은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소이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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