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문화유산의 해에 도굴당한 진덕여왕릉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목판인쇄물인 다라니경(陀羅尼經)이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것은 1966년이었다. 신라 경덕왕 10년(서기 751년)경에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이 다라니경은 도굴꾼들 덕에 세상에 알려졌다. 석가탑 내부 유물을 노린 도굴꾼들이 잭을 동원해 석탑을 들어올리다가 실패하고 도망친 뒤 기울어진 석탑을 바로세우고 내부 유물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국보 제138호 삼국시대 순금 금관도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북 현풍도굴사건 범인들이 1961년 고령지방 고분에서 도굴한 것이었다. 이 도굴꾼들은 유력 골동품상들의 배후지원을 받으며 달성군 현풍면 일대 삼국시대 고분에서 각종 희귀 토기와 금으로 만든 마구(馬具) 등을 조직적으로 도굴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도굴한 문화재는 다행히 국립박물관이 접수했지만 일부는 개인소장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오늘날 수억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희귀 문화재들은 대부분 전문 도굴꾼들이 땅 속에서 파낸 것들이다. 도굴꾼들은 쇠꼬챙이 하나를 들고 전국을 누비며 무덤 속에 묻힌 부장품들을 몰래 파내 돈많은 수장가나 권력층에 팔아 넘겼다. 그런 경로로 일제때 일본인들 손에 넘어간 문화재가 부지기수다. 도굴이 가장 심했던 60년대에는 1천여명의 도굴꾼이 각종 문화재를 파괴하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는 경주시 소재 신라 진덕여왕릉이 도굴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93년 경주시 남산동 헌강왕릉이 부장품 하나 없이 깨끗이 도굴당한 것이 확인된 이후 또다시 신라왕릉이 도굴꾼들의 표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경주 일대 35기의 신라왕릉 중 진덕여왕릉은 다행히 도굴을 면했던 왕릉이다. 그 왕릉에 마수가 뻗쳤다. 문화유산의 해에 또 도굴이라니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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