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AL機 참사 충격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또 대형여객기 참사가 났다. 승객과 승무원 2백54명을 태우고 서울을 떠나 괌으로 가던 대한항공(KAL) 보잉747 여객기가 6일 새벽 괌의 아가냐 국제공항에 착륙 직전 추락, 2백20명이 넘는 희생자를 냈다. 가슴아픈 일이다. 이번 대한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 83년 사할린 근해 상공에서 소련 공군기가 쏜 미사일을 맞고 추락한 KAL 007기 사고 다음으로 큰 인명피해를 냈다. 87년에도 태국국경 밀림지역에서 대한항공기가 공중폭발, 1백15명이 숨진 사고가 있었으나 두 사건은 요격과 폭발물 테러로 일어난 참사였다. 그러나 이번은 89년 트리폴리사고와 비슷한 착륙사고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국적항공기의 안전성과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여객기 참사는 정부가 새로운 각오로 국정을 추스르기 위해 개각을 단행한 직후에 일어났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붕괴 등 대형참사의 상처가 겨우 아물어가는 시점이어서 아픔이 더욱 크다. 김영삼(김영삼)대통령이 특별성명을 통해 애도하고 만전의 대책을 당부할 정도로 이번 사고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민회의 辛基夏(신기하)의원의 사망으로 연말 대선 직전에 보궐선거도 치러야 한다. 이번 사고의 생존자는 32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추락의 충격과 화재로 기체가 거의 녹아버릴 정도의 끔찍한 사고에서 그래도 30여명이 목숨을 건진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정부와 대한항공측은 사고대책반을 현지에 급파해 사고수습에 나섰고 특별기를 동원해 유가족을 사고 현지로 수송하는 등 사후대책에 분주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급한 것은 생존자의 빠짐없는 구조와 만전의 치료다. 구조된 생존자 가운데 치료 도중 사망한 사람도 있다. 생존자의 국내후송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의 추가사망이 있어서는 안된다. 사고항공기가 공항 5㎞지점 야산에 추락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여객기가 마지막 착륙단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사고당시 제11호 태풍 티나가 괌에 상륙중이었으며 현지 공항 자동착륙기기가 고장났다는 보고가 있었다는 대한항공의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회수한 블랙박스 해독이 끝나면 사고당시 상황과 직접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것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원인규명은 보상책임과 관련이 있다. 사고 바로 전날 같은 항공기로 괌에서 귀국한 한 탑승객의 제보로는 사고기가 괌을 떠날 때도 기체보수 때문에 출발이 늦어졌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사고기가 피로운항을 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피서철 여객수요증가에 맞추느라 평소 에어버스 A300기를 운항해온 노선에 기령 13년의 대형 보잉기를 투입한 데 무리는 없었던 것인지 보상책임과 직접 관계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가 있어야 한다.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에 대한 보상은 사고에 대한 최종책임이 밝혀지는 데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신속한 책임규명과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당국은 사후 수습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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