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동진驛서 보는 짜릿한 日出 『볼만』

  • 입력 1997년 7월 31일 07시 45분


「눈 감으면 모래시계, 눈 뜨면 동해바다」.

동해바다가 70년대 영화 「바보들의 행진」으로 떴다면 정동진은 90년대 TV드라마 「모래시계」로 뜬 곳이다.

동해의 고즈넉한 해안선과 거의 함께 달리는 바닷가 철길 위의 작은 역 정동진(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철길에서 해변까지는 불과 10m로 우리나라에서 바닷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역이 됐다. 서울의 정동쪽, 거의 같은 위도에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 「정동진」. 학생운동으로 수배된 혜린이 열차를 기다리다 형사들에게 붙잡히는 가슴아픈 장면의 무대가 바로 이곳, 정동진역이다. 역 주변에는 혜린이 몸을 숨겼던 「모래시계 소나무」 40여 그루가 동해를 바라보며 무심히 자라고 있다. 그리고 해변과 평행하게 달리는 철길 위로는 파도와 바람소리, 그리고 푸른 하늘과 바다가 일렁인다.

밤 9시45분 청량리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어둠을 가르고 달리는 중앙선 철길은 태백산을 넘는다. 승객은 1천명 정도. 상당수가 20대 안팎의 신세대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의 머리 속에 남은 정동진의 잔영은 드라마의 여주인공 혜린이 홀로 서있던 조그마한 시골역사와 그 주변의 소나무, 그리고 해변에서 부서지는 하얀 파도. 7시간후 야간열차 여행의 말미에 펼쳐질 드라마속의 장면을 기대하는듯 했다. 그리고 찬란한 아침 해돋이까지도 덤으로…. 새벽 4시40분. 열차는 정동진역에 도착했다. 잠시 뒤인 5시18분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솟기 시작했다. 지난밤 긴 여로에 쌓인 피로가 일순 사라졌다. 그리고 작은 역은 관광객이 내지르는 환성과 카메라 셔터소리로 작은 소란에 휩싸였다. 소나무 곁에서 혜린의 모습을 그리며 사진을 찍어댔다. 철길옆 해변은 다정하게 팔장끼고 걷는 연인들로 영화속 한장면을 연상케한다. 역사 스피커에서 은은히 흘러 나오는 「백학」(모래시계 배경음악)으로 정동진의 아침 해변산책은 더더욱 정취를 짙게 한다.

열차를 떠나 보낸뒤 혼자 남아 즐기는 정동진의 아침. 평생의 아침중 이만큼 기억될 아침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정동진은 밤열차로 달려 새벽에 닿아야 제격이다.

〈정동진〓신현훈기자〉

▼ 인근 명소 ▼

단경골(강릉시 강동면언별리). 강릉사람들도 어렵사리 찾는 오지다. 고봉준령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계곡만도 11㎞에 이른다. 그러나 물살이 완만하고 수심이 깊지 않아 가족단위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안인에서 가둔지마을을 지나 10여분쯤 들어가면 계곡 입구다. 여기서 비포장도로로 가면 길 오른편에서 계곡을 만난다. 계곡을 따라 「독가촌」과 관광휴양농원, 원두막 등이 보인다. 맑은 공기와 차가운 계곡 물, 울창한 숲은 폭염을 피하기에 그만이다. 꼼꼼히 찾아보면 오토캠핑을 할만한 곳도 많다.

▼ 교통편 ▼

무박2일의 「정동진 해돋이관광열차」가 매일 운행중이다. 다음달 16일까지. 청량리역에서 밤 9시45분에 출발, 다음날 새벽 4시40분 정동진역에 도착한다. 일출을 맞은뒤 아침 6시 다시 열차편으로 강릉에 가 자유관광을 즐긴다. 귀경열차는 낮 12시50분 강릉역을 출발, 저녁 7시42분 청량리역에 도착한다. 열차는 좌석 5백석의 무궁화호며 예약은 필수. 최소한 열흘전에 예약해야 탈 수 있다. 요금(편도)은 1만5천1백원(중학생이상). 초등학생 이하는 50% 할인.문의 철도청 여행안내센터 02―392―7788

▼ 먹을 거리 ▼

심곡에 있는 「집필횟집」은 가자미와 물오징어 등을 섞은 모듬회를 낸다. 오징어를 채치 듯 썰어 놓고 한쪽에는 가자미를 뼈째 자근자근 다진 회를 담아 내는데 한접시에 2만∼3만원. 0391―44―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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