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생각하는 야구」를 하자

  • 입력 1997년 7월 21일 19시 24분


지난 20일 LG와 삼성의 잠실경기. 종이 한장 차이인 2, 3위간의 팀 순위를 하루만에 뒤바꾸어 놓은 이날 경기의 분수령은 LG의 6회말 공격. 그때까지의 스코어는 3대3 동점. 1사후 허문회 박종호의 안타로 1, 2루 기회를 잡은 LG는 허문회의 기습적인 3루도루에 이은 삼성 투수 곽채진의 폭투로 주자 2, 3루의 기회를 이어나갔다. 여기에서 유지현의 땅볼이 실책으로 연결되는 사이 주자들은 모두 홈인, 경기 분위기를 바꾸면서 승리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허문회의 도루성공이다. 94년 LG 유니폼을 입은 허문회는 벤치의 사인을 꼬박꼬박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그만큼 감독의 지시를 성실하게 따른다는 의미도 되지만 뒤집어 보면 벤치의 사인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뛰면 2루에서 살아날 가능성이 아무리 커 보여도 사인이 나오지 않는 한 1루베이스를 묵묵히 지켜온 그였다. 그러나 이날 허문회는 무언가 달라 보였다. 유지현 타석때 곽채진이 변화구를 던지는 사이 2루에서 냅다 3루로 달려 살아났고 결국 곽채진의 폭투까지 유도, 팀 승리의 기폭제가 됐다. 이미 출범 16년째에 접어든 국내 프로야구도 이제 「스스로 경기를 풀어 가는 선수」들이 야구를 해야 한다. 감독의 사인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인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수동적인 자세는 버려야 한다. 1루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도루사인이 났을 때 타자가 직구는 쳐서 히트 앤드 런으로 이어주고 변화구는 치지 않아 주자가 도루를 성공할 수 있게 하는 「생각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 투수도 마찬가지. 지난날 OB 장호연처럼 오히려 포수를 리드하며 사인을 내는 「능동적인 야구」의 투수가 필요한 때다. 하일성〈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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