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오줌싸개」 기죽이지 마세요』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어린이가 한달에 이틀 이상 밤에 오줌을 싸면 야뇨증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 만5세 어린이의 15%, 초등교 1년생의 10%에서 야뇨증세가 나타나며 15세가 되면 대부분 없어진다. 그러나 오줌을 못 가린다고 아이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야뇨증은 유전성이 있어 부모가 모두 야뇨증이 있었다면 자녀 4명 중 3명이, 한쪽 부모만 그랬다면 2명중 1명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 문제는 오줌을 싼다는 사실 때문에 아이가 주눅이 들어 성격발달에 장애가 온다는 것. 부산대병원이 지난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야뇨증을 겪는 학생 44%가 친구들로부터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에는 숙박을 겸하는 어린이 캠프나 수련회 활동이 늘어나 야뇨증은 어린이나 부모에게 남모를 고민이 되고 있다. 연세대 한상원교수(소아비뇨기과·02―361―5801)는 『야뇨증이 있는 어린이는 자기 학급에서 자신만 오줌을 쌀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 자신감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야뇨증이 정신발달에 미치는 또다른 문제는 행동장애. 한교수는 『10세 이후에도 야뇨증이 있는 어린이는 주의가 산만하든가 걱정에 싸여 있고 움추린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집에서는 야뇨증세를 보이다가 캠프를 가거나 친척집에서 잘 때는 오줌을 싸지 않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는 오줌을 안 쌌을 때 칭찬을 해주는 등 적극적인 동기유발로 고칠 수 있다. 어린이 야뇨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방광에서 소변을 농축하게 하는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기 때문. 따라서 치료도 호르몬제제를 콧속에 뿜어주거나 알약으로 먹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한교수는 『데모프레신이라는 호르몬제제를 일정기간 복용하여 야뇨가 없을 경우 서서히 양을 줄여감으로써 환자의 85%가 개선되고 71%가 완치됐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전부터 쓰이던 항우울제는 효과도 적은데다 소화장애 등 부작용이 있어 사용이 줄고 있다. 서구에서는 팬티에 오줌이 묻을 때 벨이 울리는 야뇨경보기도 많이 쓰인다. 이것은 어린이의 경각심을 높여 치료효과를 얻는 것이다. 중앙대 김경도교수(비뇨기과·02―748―9854)는 『야뇨경보기는 벨소리에 가족들이 모두 깨기 때문에 중도 포기가 많지만 치료 후 재발률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1차 치료약으로 호르몬제제를 쓰고 가족간 협조가 잘 되면 야뇨경보기를 병행하도록 권한다. 〈김병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