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사교육비와 교육방송 비리

  • 입력 1997년 6월 8일 19시 58분


▼돈이 있는 곳이면 비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올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시장 규모는 2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부의 전체 교육예산이 15조원임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액수다. 이번에 입시학원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한국교육방송원(EBS) 간부들의 뇌물수수 사건은 공룡처럼 비대해진 사교육시장을 놓고 곳곳에 부정 부패가 만연돼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방송 간부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주고 교재업체로 선정된 출판사들은 반대급부로 엄청난 판매 이익을 챙겼다. 방송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선정된 교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또 출연 강사들은 과외시장에서 고액의 강사료를 보장받는 인기강사가 될 수 있었다. 이같은 비리 사슬은 결국 각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액과외를 조장해 학부모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데 한몫했다 ▼평생교육 사회교육의 역할을 맡고 있는 교육방송은 무엇보다 공적 기능이 강조된다. 지난 4월 교육방송이 독립법인체로 출범했을 때 시청자들의 기대가 유난히 컸던 것도 상업방송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공익방송을 원했기 때문이다. 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할 그 교육방송의 일부 간부들이 검은 돈 챙기기에 급급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무엇보다 실망스럽다 ▼교육방송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당국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교육방송의 특성상 광고수입이 전혀 없는데다 교육용임을 고려한다면 프로그램 제작비가 일반 방송보다 더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방송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번 사건 관련자에 대한 엄벌과 함께 사회 전체가 교육방송을 새로 만든다는 자세로 각별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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