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越境하고 포격하고

  • 입력 1997년 6월 6일 20시 17분


5일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월경(越境) 및 포격으로 빚어진 50분간에 걸친 남북 해군 함정의 대치사건은 주목해야 할 사태다. 비록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지난달 안선국 김원형씨 두가족 14명의 해상 탈북이후 북한 주민의 해상탈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북한의 해상경계가 최근 크게 강화된 것으로 알려진데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건의 재발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수롭지않게 넘길 수없다. 우발적인 사건이 자칫 큰 충돌로 발전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국방부 당국은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은 북한 어선보호를 위한 것 같으며 우리 해군 고속정의 선미(船尾)방향으로 3발의 사격을 가한 점으로 보아 도발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NLL을 침범한 것도 문제지만 포격을 가한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 해군 고속정이 2발의 경고사격으로 북한 경비정을 북쪽으로 몰아낸 것은 당연한 자위적 대응이었다. 양측에 아무런 피해없이 긴박했던 대치 순간을 무사히 넘긴 것은 다행이다.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사건은 지난해에도 13차례나 있었고 바로 일주일 전에도 있었다. 이번 북한측의 월경과 포격행위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인 만큼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강력 항의하고 북한측의 해명 사과와 재발방지 보장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북한측의 끈질긴 정전협정 무효화 책동으로 군사정전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지는 이미 오래지만 비서장급 접촉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으로 체제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 오는 20일경이면 식량 배급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일은 북한군의 의도적인 이판새판식 도발 가능성이다. 金正日(김정일)의 공식 승계를 앞두고 군부와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내부동향을 주의깊게 살피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을 6.25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로 보는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이 있다. 김정일과 북한군 지휘부가 기습공격을 통한 일주일 미만의 단기전(短期戰)으로 한반도 상황을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오판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요즘이 그러한 오판의 개연성이 가장 높은 시기라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의 한총련 폭력시위를 공공연히 선동하고 있다. 이번 서해 사건에 대해서도 남쪽이 계획적으로 책동한 무장도발행위라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주장을 하고 있다.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우리 내부의 결속을 다지면서 서해 5도를 포함한 휴전선 경계에 더 한층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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