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철씨 기소는 했지만

  • 입력 1997년 6월 5일 20시 06분


金賢哲(김현철)씨가 관리한 비자금 중 1백20억원이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검찰발표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92년 대선당시 金泳三(김영삼)후보의 외곽 선거운동조직이었던 나사본 돈이라면 바로 대선자금 잔여금을 의미한다. 검찰은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듯 대선자금 잔여금이란 명시적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현철씨 비리의 시작이 92년 대선 때부터라는 세간의 의혹은 어느 정도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검찰은 「추정」 정도로 애매하게 말할 게 아니라 1백20억원의 출처에 대한 철저한 보강수사를 계속해야 한다. 검찰이 어제 현철씨를 구속기소하면서 발표한 수사결과의 핵심은 두가지다. 현철씨가 대선자금 잔여금으로 보이는 돈을 관리한 것이 거의 사실로 굳어졌다는 점과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이 현철씨에게 국가정보를 빼돌린 의혹도 심증이 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철씨와 그의 측근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끌어모은 돈을 써가며 국정과 인사에 개입하고 국가정보도 사용화(私用化)해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힌 것이다. 지난달 검찰이 현철씨를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이른바 별건(別件)으로 구속하면서 기소 때까지 철저한 보강수사를 하겠다고 다짐했을 때 국민은 반신반의(半信半疑)했었다. 이번에 검찰이 현철씨 비자금 중 일부가 대선자금 잔여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밝혀냄으로써 의심은 다소 가셨지만 미진한 대목은 여전히 많다. 우선 돈의 출처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추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석연치 않다. 명확히 밝혔을 때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얼버무린 것인지 모르나 이래서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 때문에 현철씨 공판 이전에 문제된 1백20억원이 정말 나사본에서 나온 돈인지를 분명히 가려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김기섭씨의 정보유출 의혹도 그렇다. 검찰은 심증은 가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혹시 안기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증거를 잡고도 밝히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밖에는 알 수 없는 기밀을 정보기관의 사실상 2인자가 사적으로 빼돌려 넘겼다면 국가정보체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 사실 심증만으로도 기소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문제 또한 철저히 캐내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철씨가 비자금 중 쓰고 남은 70억원은 국가와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한때 그는 돈을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다 결국 포기각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한 돈을 내놓는 당연한 절차에도 반발했다면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스스로 반성하지 못한다면 검찰이 그의 비리를 더욱 철저히 캐내는 수밖에 없다. 검찰은 기소후라도 미진한 부분은 계속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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