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근모씨의 IAEA총장선거 참패

  • 입력 1997년 6월 5일 20시 06분


한국인이 굵직굵직한 국제기구의 고위직을 맡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의 영예다. 약소국으로 유엔이나 남의 나라 도움만 받던 옛날에 비하면 가슴 뿌듯한 일이다. 이게 다 국력이 신장되고 국민들이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원조를 받던 우리가 작년에 개도국에 내놓은 공적 개발원조금만 해도 1억달러가 넘는다. 그와 상응해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막중한 책임도 맡게 됐다. ▼최근 국제기구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거나 맡고 있는 한국인으로는 金喆壽(김철수)세계무역기구(WTO)사무차장, 韓昇洲(한승주)키프로스담당 유엔사무총장 특별대표, 朴椿浩(박춘호)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閔炳錫(민병석)유엔 크로아티아 평화유지단 단장, 韓相太(한상태)세계보건기구(WHO)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 등이 있다. 이밖에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들 기구의 임직원 등으로 지구촌 발전과 평화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우리 국민의 국제기구 진출을 더욱 권장해야 한다. 원조금 분담금 또는 출연금을 내는 만큼 독자적인 목소리도 내고 책임있는 직책도 맡아 응분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올해 유엔에 8백70여만달러의 정기분담금을 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함으로써 개발원조금도 크게 늘려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떳떳이 내고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 그것이 국제관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鄭根謨(정근모)전 과기처장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 선거에 입후보했다가 참패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가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 포기를 종용했다면 그에 따랐어야 했다. 국제사회에서 개인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해도 국제기구 진출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물러서는 것이 국민된 도리다. 밖에 나갈수록 더욱 나라를 생각해야 할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