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보습학원 단속」이 대책인가

  • 입력 1997년 6월 5일 09시 48분


엄청난 고액과외를 부채질하는데 보습(補習)학원이 큰몫을 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일부 보습학원이 변태적인 과외장소 역할을 하면서 과목당 1백만원이상의 고액 수강료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보습학원이 생긴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는 처음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4년 소규모학원들이 일반교과목을 가르칠 수 있게 합법화해 달라며 연일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민원이 계속되자 「학원설립운영에 관한 조례」의 개정을 추진했다. 기존 속셈학원에서 사실상 불법과외를 하고 있으니 이를 양성화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시장잠식을 우려한 대형학원들이 이를 막기위해 교육위원 등을 상대로 「역(逆)로비」를 벌이면서 대형학원과 소규모학원의 대립 양상으로 발전했다. 수차례 입법예고를 거듭한 끝에 95년 5월 결국 민생안정차원에서 20평 이상만 갖추면 보습학원을 설립할 수 있게 개정됐다. 교육당국은 영세학원이 난립해 과외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존 소규모학원을 보습학원으로 양성화, 수강료 상한제를 실시하면 학원간에 경쟁이 생겨 싼 가격에 학원에 다닐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얼마나 순진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이었는지 자명해진다. 교육당국의 전망과는 달리 보습학원이 오히려 1대1 고액과외를 일삼거나 강의실을 과외장소로 불법임대하는 등 학원비리의 온상으로 커왔다. 여기에는 소규모학원을 양성화만 해놓고 지도감독을 제대로 하지않은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교육당국은 수사권이 없고 인력도 부족해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변명을 하면서도 사교육비 이야기만 나오면 「단속강화」를 단골대책으로 내놓는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교육당국은 또다시 보습학원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이겠다고 호들갑이다. 이제 교육당국의 엄포를 무서워할 학원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김인철<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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