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순수학술지 「현상과 인식」

  • 입력 1997년 6월 5일 08시 19분


97년봄, 「현상과 인식」. 국내 최초의 전문학술계간지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학제간연구, 서구이론의 비판적 수용을 추구해온 현상과 인식이 스무살 청춘으로 우뚝 섰다. 대학에서조차 순수학문이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순수학술지 살아남기 20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현상과 인식은 지난 77년 봄 박동환(철학)박영신(사회학)오세철(경영학)임철규(영문학·이상 연세대)진덕규교수(정치학·이화여대)에 의해 첫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나름대로 현실과 이론 사이의 긴장을 유지, 한국지성사의 한자리를 굳게 지켜왔다는 점에서 현상과 인식의 젊음은 싱그럽기만 하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현상과 인식의 「깃발 없는 저항」. 창간사 없는 창간호에서 드러나듯 구호의 외침보다는 사회현상의 저류에 깔린 소리없는 소리를 찾아내 인간의 근원에 대한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사회과학 연구의 깊이를 더해온 것이다. 그동안의 필진만해도 변형윤 백낙청 최장집교수 등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거장에서부터 젊은 지성에 이르기까지 약 4백명. 가히 당대 한국 지성사의 한 흐름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현상과 인식의 앞날은 험난하다. 우선 필자 구하기의 어려움. 순수학문의 위기로 좋은 필자를 구한다는 것이 여간 만만치 않다. 「돈」문제도 마찬가지다. 창간멤버이자 현 발행인인 박영신교수는 『똑똑한 사람들은 대학을 떠나고 대학 안에 남은 사람들은 우물안 개구리가 되고 있다』며 대학인들의 나태를 질타했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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