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7월 시행 「청소년 보호법」 방송가 논란

  • 입력 1997년 6월 5일 08시 19분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과연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오는 7월1일로 예정된 「청소년 보호법」의 시행을 앞두고 요즘 방송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해로운 프로그램 등의 유통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의 제재대상에 방송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세미나를 열어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며 3일에는 미국 스탠퍼드대 도널드 로버츠교수를 초청, 바람직한 방송의 등급제에 대해 토론하는 등 연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 가운데 방송에 대한 규제의 핵심은 유해방송물 등급제 실시와 방송시간의 제한이다. 유해방송물 등급제는 청소년에게 해로운 것으로 판정된 방송물에 자막 등의 형태로 유해방송물 표시를 하도록 하는 것. 또 유해물로 판정된 방송, 광고물은 문화체육부가 청소년 보호 시청시간대로 정한 오후1시부터 밤10시사이에는 방송할 수 없게 된다. 방송계는 이같은 규정에 대해 『사전검열이나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언론매체인 방송은 헌법상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며 『방송프로를 국가기구가 사전에 심의하는 것은 방송의 자유이념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체부는 방송위의 이같은 반발이 「오해」라고 일축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전 심의대상은 현재 방송위가 사전심의를 하고 있는 영화 광고 외국프로뿐』이라며 『일반 방송물은 지금처럼 사후심의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에는 연속적인 성격을 갖는 프로가 많아 사후심의도 결국 사전심의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 일선 관계자들의 우려다. MBC 윤건호 편성국장은 『사후심의라 하더라도 유해방송물로 판정받은 그 순간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면 이 자체가 헌법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시간 제한도 가족매체라는 TV의 특성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 시행에 따라 곧 설립될 「청소년 보호위원회」의 심의조정 요청 등이 방송위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이고도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규제에 반발하면서도 방송사들이 정작 자율규제를 위한 노력을 그다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면 방송사들이 자율심의를 확대하고 프로그램 등급제를 스스로 마련하려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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