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돈벼락 소동의 「시민 양심지수」

  • 입력 1997년 6월 1일 20시 25분


지난달 27일 서울시내 한복판인 서울시청앞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김남식씨가 4백만원을 뿌리는 소동을 벌여 장안의 화제가 됐었다. 김씨는 「기업을 도산케 하는 정치인은 물러가라」는 내용의 유인물과 함께 돈을 뿌리며 부패한 한국의 정치문화를 비난했다. 당시 보도가 나간 뒤 언론사에는 김씨의 행동을 격려하는 전화가 쇄도했고 그중에는 김씨에게 성금을 보내겠다며 주소를 물어보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했다. 이같은 시민 반응을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그만큼 정치부패에 대해 얼마나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가를 입증해 주기에는 충분했다. 김씨 사건이 있은지 나흘 뒤인 지난달 31일 서울시내에서 또 한차례 돈살포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중랑구 상봉2동 한남프라자 5층 옥상에서 시민 2명이 상가분양 과정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1백70여만원의 돈을 뿌린 것. 두 사건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는 살포된 돈의 회수액이 적다는 점이다. 시민의 「양심지수」에 대한 실망감이다. 김씨가 뿌렸다는 1만원권과 1천원권 등 4백여만원 가운데 경찰이 회수한 액수는 13만5천원에 불과했고 시민 2명이 살포한 1백70여만원 중에서는 20여만원이 회수됐을 뿐이다. 물론 양심지수에 대한 지적은 일부 시민에 국한된 것이다. 또 살포된 돈이 넓은 지역으로 날아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건현장 주변에서 경찰이 회수한 액수만 보고 시민양심의 실종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돈벼락」이 뿌려지는 현장에서 일부 행인들이 돈을 줍기 위해 아수라장을 연출하는 장면을 되돌아볼 때는 역시 떨떠름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 충동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그렇지만 돈을 줍기 위해 허둥대는 일부 시민들의 모습 또한 어딘가 비정상적인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현두<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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