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D-30]「一國兩制」 갈등 불보듯

  • 입력 1997년 6월 1일 08시 23분


《오는 30일 자정을 기해 영국의 식민지인 홍콩이 정확히 1백55년만에 중국에 반환된다. 영국과 중국간에 이뤄지는 이 주권의 인수인계는 19세기 구미열강의 동양진출,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역사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는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자유민주체제의 식민지가 사회주의국가에 흡수되는 사상 첫 케이스이기도 해 전세계의 주목을 끌고있다.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로 다시 태어나는 홍콩의 앞날을 시리즈로 조망해 본다.》 홍콩인치고 여덟살난 소녀 鍾若琳(종약림)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홍콩에서 아버지와 함께 8년을 살다가 지난 4월 이민국 직원에 의해 강제로 중국으로 추방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가 울며불며 끌려가는 모습은 많은 시민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약림이는 홍콩 시민인 아버지와 중국 광동성 주민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생후 3개월때 어머니와 함께 홍콩으로 밀입국해 지금까지 살았다. 그러나 최근 밀입국자 단속이 강화되면서 당국에 적발돼 어머니와 함께 강제추방 당한 것. 이들 모녀를 추방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으나 당국은 추방을 결정했다. 추방결정을 내린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원칙이었다. 중국과 홍콩이 한 국가가 되지만 서로 다른 체제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논리다. 홍콩은 오는 30일이면 1백55년간의 영국식민지에서 중국으로 되돌아간다. 중국과 영국간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홍콩기본법에 따라 홍콩은 주권반환 이후에도 앞으로 50년간은 현재의 자본주의 제도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사회주의체제인 중국의 영토로 귀속되지만 홍콩은 특별케이스로 이전과 같은 자본주의체제를 한시적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바로 일국양제다. 그러나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견해다. 일국양제는 그 자체로서 모순을 지닌 개념으로 홍콩의 앞날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특히 인권과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영국 미국 등 서구의 시각은 「일국일제(一國一制)」가 될 우려가 높다고 보고 경고성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표면상으론 일국양제의 원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영토가 된 홍콩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려할 것이고 이는 홍콩이 자본주의체제에 길들여져 있어 사회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서로 모순되고 상충되는 두 제도를 결합시킨 것이기 때문에 이 두제도가 화합되고 서로 보완될 가능성보다는 불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많다고 봅니다』 홍콩 공립중학교 교사 房遠華(방원화·40)의 견해다. 크리스 패튼 홍콩총독도 지난달 홍콩연감의 고별기고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앞으로 홍콩이 기존의 법과 제도를 외부의 압력과 요구에 맞게끔 뜯어고쳐야 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홍콩의 미래를 위해 비극이 될 것이다』그러나 중국측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일국은 양제보다 우선 개념으로 일국의 존재를 위협하는 양제는 보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중국측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중국전인대 상무위와 차기 정부인 홍콩특구 변사처(정부 인수준비팀)가 사단(社團)조례와 공안조례를 개정해 시민의 집회와 시위 등의 자유를 대폭 제한한 조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사회주의체제내의 자본주의」실험인 일국양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 홍콩이 북경의 정치간섭을 거부할 수 있을까? 조신(朝臣)주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기준이 무너지면 일국양제가 아니라 일국무제(一國無制)가 될 수도 있다. 〈홍콩〓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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