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카리브해]마야의 태양아래 곱게 누운 산호해변

  • 입력 1997년 5월 22일 08시 09분


《5월에 찾은 칸쿤의 카리브해. 옥보다 더 곱고 코발트보다더 깊고 푸른 바다, 그리고 밀가루처럼 보드라운 하얀 산호가루 비치. 고개를 들어하늘을 바라보았다. 카리브해에서는 하늘도 바다를 닮아 그 푸르름이 남달랐다. 「바다만의 세상」. 성산포에 올라 제주의 바다를 바라보고 이렇게 되뇌었던 한 시인의 시구는 이 바다에 풀어 놓아도 모자라지 않는다. 누군가 천국에서 50m 비켜난 낙원이라고 불렀던 환상의 바다 카리브해.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칸쿤비치리조트에서 그 카리브해를 만난다.》 카리브의 바다는 그 자체가 시다. 그리고 부서지는 파도는 노래가 된다. 구름마저도 물들이는 짙푸른 코발트색 순수의 바다, 밤 하늘의 별을 쓸어 담은 듯 소담스런 순백의 산호해변. 여기에 마음 빼앗겨 지상의 아름다움을 모두 물리친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 아닐까. 별무리가 바다를 이루던 한밤의 칸쿤 국제공항. 카리브해가 지척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벼운 흥분은 내내 가라앉지 않았다. 칸쿤비치를 향해 달리기를 10여분. 카리브해는 내내 차창 양쪽에 머물며 떠날 생각을 않는다. 왼쪽은 거대한 석호(潟湖)의 카리브해, 오른쪽은 대서양의 카리브해. 남에서 북으로 유카탄반도의 해안을 「7」자 모양으로 감싸는 거대한 산호벽. 놀랍게도 칸쿤비치는 그 산호무더기의 바다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오전6시반. 카리브해의 해맞이에 나섰다. 시원한 동풍에 팜트리 잎 부딪치는 소리를 벗삼아 밀가루처럼 희고 고운 산호가루 해변을 걸었다. 수평선을 가린 아침구름 위로 붉은 태양이 고운 자태를 보였다. 어디서 보아도 같은 태양을 특별히 카리브해에서 더욱 더 감동스럽게 만나는 것은 수선스러움의 탓이리라. 그래도 이곳의 해가 마야문명을 일구었던 태양족의 신이었음을 생각한다면 그 느낌 또한 색다르다. 그 마야의 태양에 달아오른 칸쿤의 밀림을 질러서 남쪽 아래 두시간 반 거리에 있는 「태양의 도시」 툴룸으로 달렸다. 빨간 테라로사 흙이 뒤덮은 카리브해의 해안절벽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은 천연의 요새 툴룸. 돌로 쌓은 기둥과 벽, 건물 수십채 등 수백년전 사라진 옛 영화를 짐작케 하는 마야의 유적지다. 그러나 성채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이내 마음은 감동의 국면으로 접어든다. 옥색의 바다와 백사장이 초록으로 뒤덮인 해안 절벽과 입 맞추는 툴룸의 풍광. 태양신을 향해 제단을 세우고 밤하늘 행성의 흐름을 보며 미래를 예측했던 「태양족」 마야인의 그 명철함이 속속들이 가슴에 배어들기 때문이다. 카리브해의 아름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툴룸에서 칸쿤비치로 돌아오는 길에 만나는 수도 없이 많은 해변들. 손 한 뼘, 걸음 한폭에도 그 모습을 달리하는 카리브해. 그래도 요사스럽게 느껴지지 않음이 이 바다의 매력이리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