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김형숙/너무 멋진 우리 선생님

  • 입력 1997년 5월 14일 10시 15분


가정의 달 오월이 오면 왠지 안절부절못하고 빚진 마음이 된다. 특히 스승의 날엔 더욱 그렇다. 일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아이를 가르치시는 선생님에 대한 예를 표해야 된다는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럼에도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다가 『엄마, 선생님 선물 준비하게 꽃값좀 주세요』하는 소리에 구세주나 만난 듯 돈만 몇푼 주고 그냥 넘어가길 수년이 지났다. 우리애가 공부를 월등히 잘해 장래 진학 상담을 진지하게 의논할 명분도, 그렇다고 문제를 유발시키는 문제아도 아니라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학기초에 개별면담이 있다고 하기에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차례가 되지 않은채 어느덧 5월이 되어 중간시험을 치를 때였다. 우리 애는 공부를 즐겨하기보다는 음악을 좋아해 한때 신세대 노래에 대한 열병을 앓았는데 이젠 휴면기에 접어들어 퍽 다행으로 생각한다. 어느 휴일 아침일찍 독서실에 가겠다고 부산을 떨어 속으로 기특하게 여기면서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독서실에 보내놓고 밀린 빨래며 청소를 하는데 전화가 왔다. 우리애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초등학교를 포함해서 10여년동안 처음있는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담임 입니다. 좀 바꿔 주십시오. 시험기간이 길어서 몹시 지쳤을 것 같아 격려를 해주려고 전화했습니다. 공부하느라 힘들텐데 맛있는 음식이라도 많이 만들어 주십시오』 너무나 뜻밖의 전화여서 한동안 끊긴 전화기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언제나 중하위권을 맴도는 우리애에 대한 특별한 관심일 수도 있겠으나 전체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 격려를 해주시는 것 같았다. 부모인 나는 격려를 잃고 살았는데 선생님은 우리애를 신뢰하고 격려해 주신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요즈음 흔히 교직자는 있어도 교육자는 없다는 말들을 하는데 분명히 그것은 잘못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교직자가 아닌 수많은 교육자들이 꺼져가는 우리사회에 일일이 촛불을 댕기고 있음을 잊지말아야 하겠다. 담임선생님의 격려 전화 한통화는 우리애에게 희망과 용기와 사랑을 심어주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올해 스승의 날엔 선생님께 긴 감사의 편지를 쓰리라. 김형숙(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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