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기묘한 피너클『砂海의 돌출』

  • 입력 1997년 5월 1일 09시 16분


《섬과 대륙의 차이. 그 크기다. 그래서 일본은 섬이고 호주는 대륙이다. 지구상에 한 대륙을 소유한 나라가 있을까. 호주 뿐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시드니만 보고서도 호주를 다녀 왔다고 말한다. 알래스카를 뺀 미국과 면적이 비슷한 거대한 호주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는 그 서쪽에 있다. 그곳은 호주 대륙 한가운데 사막이 서쪽 인도양을 향해 달리다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그것도 조용한 만남이 아니라 「충돌」이라고 할만큼 격렬하다. 남붕국립공원의 피너클사막과 웨이브록은 그 충돌의 현장이다. 그러나 「호주의 샌프란시스코」인 퍼스는 사막의 황량함을 벗고 모래속의 진주처럼 아름답다. 테마여행은 바다와 드라이랜드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를 소개한다.》 관목이 숲을 이룬 경치 좋은 해변, 붉은 흙이 바다를 이룬 광대한 사막, 야생화와 포도밭이 평원을 이루는 과수원…. 길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힘 좋은 4륜구동(4WD) 지프만 있으면 어디로든 달려간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처럼 호주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도 「서부」다.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사막과 바다, 드라이랜드가 풍기는 야성적인 매력 또한 비슷하다. 그 매력을 맛보기 위해 4WD차량에 올라 「부시 트레킹」(bush trekking)에 나섰다. 코스는 퍼스를 출발, 북쪽으로 2백60㎞ 떨어진 남붕국립공원의 피너클, 인도양 쪽의 행오버만∼남붕 국립공원 사막지대∼얀쳅국립공원을 거쳐 다시 퍼스로 돌아오는 하루일정. 아침 7시 퍼스를 떠난 트레킹 차량은 사막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포도밭을 먼저 가로질렀다. 한시간이 지나지 않아 도착한 곳은 유칼리나무, 오렌지 빛깔의 방크시아, 블랙보이 등 호주 토종 야생화가 가득핀 관목지대. 이 숲을 통과하니 붉은 색깔의 사막이 지평선을 이루며 시야를 가린다. 이제부터는 비포장도로. 덜컹거리는 길도 마다 않고 트레킹 차량은 남붕국립공원이 있는 세르반테스를 향해 거침없이 달린다. 차창 밖으로는 빨려들 것 같이 매력적인 푸른 하늘과 붉은 사막 뿐. 간혹 나타나는 작은 풍차와 이뮤(호주 타조) 몇마리가 동반자들일 뿐이다. 풍차는 캥거루 등 야생동물에게 줄 물을 긷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정오를 갓 넘겨 남붕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장구한 세월 비와 바람에 깎인 석회암 기둥 수천개가 군상(群像)을 이룬 피너클사막이다. 마치 외계의 혹성에 온듯한 느낌이 들만큼 낯선 모습이다. 퍼스로 돌아가는 길은 키작은 관목숲을 통과하는 비포장. 4WD 차량이 아니면 도저히 빠져 나갈수 없을 만큼 험한 길이다. 덜컹거리는 차창으로 나뭇가지가 스치기 일쑤다.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관목숲을 빠져 나오니 해변의 모래사장이 일행을 맞는다. 해변을 달려 바닷가 한곳에 섰다. 행오버만과 인근 캥거루곶에서는 한가로운 낚시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방향을 돌려 설산처럼 반짝이는 모래언덕(사구)을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바람이 소용돌이친다. 사막의 둔덕에 비스듬히 차를 세우고 나갔다. 걸음마다 무릎까지 발이 빠진다. 사막을 벗어나 찾은 곳은 얀쳅국립공원. 야생의 캥거루와 코알라를 만날 수 있는 빌라봉생추어리에서 소풍 기분을 냈다. <정성희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