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체 드러나는 「賢哲의혹」

  • 입력 1997년 4월 30일 19시 54분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김씨가 기업체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현철씨는 지난달 25일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에서 분명 거짓말을 한 셈이다. 검찰은 현철씨를 별건(別件)구속키로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지만 이같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젠 그를 구속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검찰은 현철씨가 지난 95년 고교선배인 두양그룹 金德永(김덕영)회장으로부터 활동비조로 3억원을 직접 받았으며 다른 3∼4개기업체로부터도 10억원 이상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현철씨 측근의 비리의혹도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른다. 검찰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사안이기는 하지만 비리의 실체는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덩치일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 현철씨로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청문회에서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음이 확인된 만큼 위증죄 처벌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일정한 수입이 없는데도 이권에 개입하지 않고 어떻게 사조직과 사무실을 운영했느냐는 특위 위원들의 신문에 『청문회에서 진실이 규명돼 해명이 되면 좋겠다』고 딴전을 폈다. 생활비를 포함해 한달에 들어가는 돈은 3백만원 정도라는 말도 했다. 특히 민방(民放)업자 선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럴 위치도, 또 도와 준다고 될 일도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지금 한창 조사중인 검찰이 어쩌다 조금씩 흘리는 얘기만 들어도 현철씨가 돈문제에서만은 깨끗하리라고 믿었던 한가닥 기대조차 완전히 깨졌다. 대통령의 아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털어놓는 증언이어서 그의 비리의혹에 긴가 민가하던 국민은 이제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민방사업자가 현철씨에게 전해달라는 돈을 중간에서 가로챈 사람이 있어 현철씨에게는 한푼도 가지 않았다는 검찰의 얘기조차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들린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현철씨는 현재까지의 수사결과 한보비리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는 검찰총장의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본란이 거듭 강조해 왔듯이 검찰은 조급하게 사건 마무리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 구색 맞추기로 벌건의 비리 몇가지만 수사해 밝힌다고 의혹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또 몇달째 온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 사태가 진정되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현철커넥션은 이제 그 실체의 일부분만 조금씩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검찰은 수사마무리 단계의 적당한 봉합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결의가 앞서야 한다. 그것이 지금 검찰이 취해야 할 기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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