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의사표현]철저한 佛초등교 국어수업

  • 입력 1997년 4월 28일 08시 43분


프랑스 파리의 프랑수아 코페 초등학교 5학년인 마리옹은 이달초 2학기(프랑스는 가을에 학기가 시작되며 3학기제임) 성적표를 받아보고 날아갈 것 같았다. 국어(프랑스어)과목의 「암송」부문에서 만점인 20점을 받은 것이다. 라 퐁텐과 같은 우화작가의 이야기나 보들레르 랭보 등 시인들의 작품을 외워 친구들 앞에서 발표한뒤 질문에 답변하는 암송은 수줍음이 많은 마리옹에겐 쉽지 않았던 것. 『네가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면 너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가 없잖니』 마리옹은 이렇게 타이르는 엄마 앞에서 연습을 거듭한 끝에 만점을 받았다. 담임선생님도 『브라보! 계속 열심히 하세요』라고 칭찬해 주셨다.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의 초등학교에서는 국어수업이 1주일에 9시간이나 된다. 문법, 동사변화, 읽기와 어휘, 쓰기, 철자, 암송 등 여섯가지 부문으로 나눠 국어교육을 철저히 시킨다. 이중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암송시간에는 매주 시나 산문을 외워 급우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 연극의 한토막을 연기하기도 한다. 채점 기준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발음은 정확한지, 설득력이 있는지 등이다. 이 학교 데포세교장은 『적절한 어휘를 사용해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할 줄 아는 것은 토론문화를 중시하는 사회 생활의 기본』이라며 『수업시간에 말을 하려 하지 않거나 의사표현이 불분명한 학생들에게는 특별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파리 사람들은 말이 많다. 길가에 늘어서 있는 카페에 앉아 끝없이 대화를 나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파리 파스칼 거리의 무프타르 시장 근처에 사는 르헤리시 부부는 다섯살배기 외아들 루카스와 쉴새없이 말을 주고받는다. 루카스는 유치원 어린이지만 르헤리시 부부는 어리다고 대꾸를 해주지 않거나 듣기만 하라는 강요도 하지 않는다.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 『아빠가 씨를 엄마뱃속에 떨어뜨렸는데 그 씨가 점점 커져서 엄마 배꼽 밖으로 뛰쳐나온거야』 『루카스, 주말에 날씨 좋으면 뤽상부르 공원으로 산책나가는 게 어때』 『싫어. 집에서 감자튀김 먹을래』 그러나 아이가 다른 사람의 말을 가로채거나 자기 순서가 아닌 대목에서 나서면 그냥 넘기지 않는다.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하던 르헤리시 부부는 루카스가 기자와의 대화 중간에 끼어들자 호되게 나무랐다. 『엄마는 지금 서울에서 온 손님하고 이야기하고 있잖니. 너도 다른 사람이 네가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면 기분 나쁘지. 그 벌로 네 방에 잠깐 들어가 있어』 루카스는 약간 무안해 하며 조용히 거실을 떠났다. 학교에서도 「끼어들기」는 용서받지 못한다. 아이들은 교사나 친구들의 말에 이의가 있으면 조용히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뒤 이야기를 시작한다. 만약 다른 사람이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면 교사가 토론을 중단시키고 『엘자가 말하고 있잖니. 네 차례가 아니야』라고 주의를 준다. 그래도 계속 남의 말을 가로채면 아예 교실 밖으로 쫓아내는 벌을 준다.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단어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는 교육도 철저히 시킨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스위스 제네바의 콩타민 초등학교 6학년 프랑스어시간. 20명 안팎의 학생이 12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1천7백쪽짜리 두꺼운 프랑스어사전을 펴놓고 공부하고 있었다. 상드라 비제르학생에 따르면 이곳에선 4학년 때부터 프랑스어시간에 반드시 사전을 놓고 수업을 받는다. 상드라학생은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으면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긴다』며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사전 찾는 습관을 기른다』고 말했다. 〈파리·제네바〓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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