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임석민/국산車 부품 표준화 절실

  • 입력 1997년 4월 9일 09시 33분


여기는 런던 서쪽에 자리잡은 인구 30여만명의 조그만 도시 카디프. 얼마 전 이곳 일간지에 기아자동차 광고가 게재됐다. 반가움과 함께 걱정이 앞섰다. 자동차 같은 내구소비재는 무엇보다 애프터서비스(AS)가 중요한 구매 포인트인데 어떻게 이런 지방도시의 구매자에게 만족스러운 AS를 하느냐가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는 게 우리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딜레마다. 가발 의류 신발 전자에 이어 수출한국의 대표적 상품으로 부상한 자동차인지라 국민의 기대는 대단하다. 내수시장은 수요가 한정돼 있어 해외시장이 아니면 우리 자동차산업은 존립부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파고 들 수밖에 없다. 한국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5위 자동차 생산국이라 하지만 아직도 국제적 인지도나 신뢰도는 매우 낮다. 그러면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며 효율적인 AS를 수행할 수 있을까. 분야마다 이른바 「적과의 동침」이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부각하고 있다. 비록 경쟁사라도 필요하면 손을 잡고 협력하는 생존전략이다. 현대 대우 기아 아시아 쌍용 삼성 등 6개 자동차 메이커가 손을 맞잡고 부품을 호환하는 공동전선을 펴면 어떨까. 고유모델 개발과 판매는 독자적으로 하더라도 부품은 가급적 호환이 가능하도록 표준화해야 한다. 배기량별로 부품을 최대한 공동화하여 제조 및 물류비용을 절감, 가격을 낮추고 AS의 질을 높여야 한다. 부품을 표준화하면 그 이익은 막대하다. 한마디로 규모의 경제가 꽃을 피우게 된다. 대량생산에 의한 생산비 절감은 물론 같은 부품을 여러 공장이 생산하므로 파업 등 비상시에도 공급에 차질이 없고 투자규모가 커지므로 품질이 향상되고 기술축적이 가속화한다. 또한 물류비용이 낮아지면서 AS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6개사가 지역마다 각각 물류센터를 갖추고 AS를 수행한다면 메이커는 차종마다 필수부품을 비축하거나 비싼 운임을 지불하고 공수해야 한다. 그러나 부품이 표준화하면 공동물류센터의 설립 운영으로 시설비 인건비 관리비 재고비 등이 큰 폭으로 절감되고 AS의 질이 현저하게 높아지며 대량수송을 통해 운임도 크게 절감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GM 포드 도요타 혼다 등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의 아성에 도전하려면 6개사가 똘똘 뭉쳐 힘을 모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임석민<영국 웨일스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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