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제한된 일자리 「나눠가지기」

  • 입력 1997년 3월 31일 19시 48분


▼실업문제가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실업자가 지난 2월 66만명을 넘었다는 통계는 실업문제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일깨운다. 2월 한달 사이 하루 평균 3천9백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률은 3.2%로 지난 94년 4월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지난 주말 「97 상반기 한국채용박람회」 첫날 4만여명의 구직자가 장사진을 이룬 모습을 공중촬영한 사진은 취업난의 심각성을 그대로 말해준다 ▼실업문제로 고민하기는 선진 외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독일 등의 실업률은 10%대를 넘고 미국의 실업률도 5.4%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경쟁력이 튼튼하다. 그에 비해 우리는 지난해 2백37억달러의 경상수지적자를 낼 만큼 경쟁력을 상실한 가운데 실업이 늘고 있다. 지금도 지금이지만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데 우리의 불안이 있다 ▼우리나라 실업률이 피부로 느끼는 것과 거리가 있고 구미(歐美)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것은 고용관행이나 경제구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농림어업부문 취업자와 자영업주 가족종사자 비중이 구미 선진국보다 3배이상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실제 실업률은 공식통계보다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통계방식이나 수치가 아니라 고용기반인 실체경제의 동향이다 ▼현실적으로 평생고용제는 이미 깨지고 있다. 기업들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생산구조와 고용구조를 바꾸고 있다. 경제의 발전단계에 비출 때 이제는 과거와 같은 고율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기업경쟁력 강화와 아울러 제한된 일자리를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지 그 방법을 찾는 일이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파트타임제로 대량감원을 피해가는 서구의 대응방식을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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