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장애인 친구도 한교실서 배워요』

  • 입력 1997년 3월 31일 09시 50분


[워싱턴·고베〓송상근 기자] 앨리슨(11)은 워싱턴 저먼타운 초등학교의 5학년 여학생. 매일 아침 9시5분경 스쿨버스가 학교에 도착하면 앨리슨은 가장 먼저 뛰어 내린다. 성격이 급해서가 아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팔다리가 불편한 위트니. 다른 버스를 타고온 위트니의 얼굴이 창문밖에 보이면 앨리슨의 마음은 바빠진다. 『굿 모닝』 『하이』 반갑게 아침인사를 나눈 뒤 앨리슨은 차에서 내리는 위트니를 부축해 준다. 그리곤 휠체어를 밀고 교실로 향하며 얘기꽃을 피운다. 『어젯밤에 뭐했니? 스타워스 개정판이 나왔다는데 알고 있니』 위트니는 심장과 신장에 이상이 있어 성장이 더딘 아이다. 유전적 요인이라는데 일반인이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병명도 희귀하다. 선생님은 이런 증세의 환자가 세계에 5명뿐이라고 설명했다. 위트니를 알게 된 것은 2학년때 같은 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바로 옆자리였다. 목소리 곱고 착한 위트니는 등하교시간에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어렵사리 버스에 오르내리는 위트니가 불쌍하게 생각됐다. 「정말 힘들거야. 내가 대신 도와주면 어떨까」앨리슨은 며칠간 고민했다. 어머니에게 얘기하고 담임선생님과도 상의했다. 대답은 두분 다 「오케이」였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해 주셨다. 앨리슨은 그때부터 위트니의 도우미가 됐다. 같은 일을 4년째 하고 있지만 힘든 줄 모른다. 등하교때만이 아니다. 수업과 휴식시간에도 앨리슨은 위트니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화장실 양호실까지 한몸같이 움직인다. 『내가 도와줘서 위트니가 더 잘 생각하고 잘 걷고 잘 얘기하는게 기뻐요』앨리슨은 중고등학교를 마친뒤 대학도 사회봉사와 관련된 학과를 선택할 계획이다. 저먼타운 초등학교에서는 일반 학생과 장애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신체조건은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임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통합교육이다. 장애학생의 특수성을 감안, 따로 공부하는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 30분∼한시간 정도다. 2학년인 멜라니(8)는 이때 자신보다 한살 어린 에나를 도와준다. ABC조차 제대로 발음하기 힘든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면 손짓 발짓을 해가며 설명해 주는게 멜라니의 일이다. 기분전환을 위해 마카레나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부설 유치원에 다니는 셀리나(5)도 나이가 같은 세일라가 한손으로 그림그리는 것을 도와준다. 장애학생이 생일을 맞으면 학교측은 전교생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뒤 성대한 파티를 해 준다. 하세가와 지히로는 고베시립 묘호지(妙法寺)소학교(초등학교) 3학년이다. 이 어린이는 고즈키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는게 가장 즐겁다. 고즈키 할머니는 친할머니나 외할머니가 아니다. 그렇지만 꼬박꼬박 편지를 보내고 안부를 묻는다. 학교와 자매결연한 양로원을 방문했을 때 알게 된 할머니다. 「훌라후프를 했어요. 허리에 감고 한번 돌려보지만 금방 떨어져 버리지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열심히 연습했어요. 운동회때 할머니를 또 보고 싶어요」 고사리손으로 사연을 담아 보내는건 하세가와만이 아니다. 시미즈, 우에시마, 도미다….3학년 학생들이 모두 양로원에 있는 자신의 「파트너」에게 편지를 쓴다. 학교측은 양로원과의 교류계획을 만들어 놓고 있다. 1년에 여섯번 정도 방문, 외로운 할아버지 할머니를 즐겁게 해 준다. 어린이들은 자기 소개를 하고 직접 만든 그립엽서를 선물한다. 때로는 7,8명씩 팀을 짜서 연극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양로원 방문행사는 한시간반이 지난 뒤 합창을 하면서 끝난다. 이런 사회봉사 활동은 교육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하고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학교가 지역실정을 고려해 결정한다. 3학년 봉사활동 담당교사인 이게구치 요시코(池口芳子)는 『복지교육의 일환으로 어려서부터 외롭고 불쌍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