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중동의 중재자」 로스 美중동특사

  • 입력 1997년 3월 27일 19시 55분


[워싱턴〓홍은택 특파원] 「유태 아랍인들」. 기존 이스라엘에 치우친 미국 외교정책의 틀을 이스라엘과 아랍국들 그리고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킨 일군(一群)의 미 국무부 관리들을 부르는 말이다. 최초의 유태 아랍인이 바로 「중동의 사나이」 또는 「중동의 중재자」라는 별명을 가진 데니스 로스 중동 특사. 그는 소련에 대한 전략적 거점이었던 이스라엘의 중요성이 냉전 종식과 함께 약화되자 이스라엘에 「대(大)이스라엘」건설을 포기토록 압박, 협상 테이블로 유도한 막후의 인물이었다. 무대 인물은 당연히 제임스 베이커,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들. 91년 마드리드 평화협상과 95년 오슬로 평화협상 등 80년대 중반 이후 모든 중동 평화협상의 막후에 그가 있었다. 그의 접근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중동에 사는 대다수는 정상적인 삶을 원한다」는 간단한 논리로 수천년의 증오가 얽힌 양자간의 적대감을 풀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의 이력 역시 적대적인 양진영을 넘나든 현란한 사례. 80년 카터 대통령 시절까지 민주당의 열성적 지지자였던 그는 중동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86년 당시 부시 부통령에게 인정받아 88년 대통령선거에서 부시의 외교자문역으로 발탁 됐다. 국무부 중동담당 부차관보를 지내다가 맞이한 92년 선거에서도 부시의 자문역으로 일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을 「안보에 관한 한 매우 위험한 인물」로 비난했지만 중동협상의 화급성(火急性)때문에 계속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 10년간 중동평화 협상의 온갖 풍상을 겪어 온 로스에게 지난 1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합의가 불과 두달만에 수포로 돌아간 것쯤은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심상치 않다」는 예감을 갖고 중동으로 떠났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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