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배경]7년연속 호황에 『인플레 예방주사』

입력 1997-03-26 20:34수정 2009-09-2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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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규민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번 금리인상은 고속도로를 잘 달리던 자동차가 경고신호를 받고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속도를 늦춘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경제는 사상 유례없는 7년연속 성장을 기록하면서 기존의 경기순환이론까지 깨뜨려 버릴 정도로 순항을 계속해 왔다. 이같은 호경기의 영향으로 주가가 폭등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인플레현상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거의 나타나지 않아 최근 수년간 미국은 그야말로 견실한 성장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FRB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매우 이상적이긴 하지만 조금만 더 빨리가면 각종 부작용을 낳는 과속상태에 들어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지금쯤 고삐를 당겨 놓아야만 부작용이 나타나는 시점 직전에 「감속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FRB의 주장이다. 실제로 FRB는 『자금사정을 다소 어렵게 만들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인플레를 방지하는 가운데 경제성장을 지속토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번 금리인상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던 미행정부는 FRB의 앨런 그린스펀의장이 취한 조치에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하다. 정부의 공식발표는 『우리는 FRB의 독자적인 결정을 「의무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FRB의 금리인상이 잘 나가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편을 들던 그린스펀의장이 이번에 금리인상에 찬성함으로써 정부와 FRB간의 갈등도 새로운 장을 맞게 됐다. 지난 수개월간 뉴욕증시의 주가는 그린스펀의장의 말 한마디에 널뛰기를 계속해 왔고 금리인상이 발표된 25일에는 주가가 내리막 걸음을 보였다. 그러나 주가의 낙폭(落幅)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이미 금리인상의 발표효과가 주가에 거의 다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치로 달러화는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에 대한 보유욕구가 늘어나 국제적으로 달러가 귀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처럼 자국화폐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들의 어려움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론적으로 말할 때 달러화의 강세는 한국 수출업자에게는 유리한 여건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으로 미국경기가 둔화되면 미국내 소비자들의 수요자체가 줄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수출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또 우리 은행들의 외화 차입경비도 그만큼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가정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보다 더 영향력이 큰 일본중앙은행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도 이때문에 26일 『금리인상의 기대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일본중앙은행의 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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