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부실 어찌할 것인가

동아일보 입력 1997-03-21 20:10수정 2009-09-2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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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삼미 등 재벌그룹의 잇단 부도로 은행의 부실화 우려가 크게 일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국내은행의 미국내 지점 자금상황 긴급점검에 나섰고 해외 신용평가기관들은 국내은행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이에 따라 해외자금 차입금리가 껑충 뛰고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공공성을 띠는 금융기관의 부실이 비상국면을 맞고 있음에도 대책은 없다. 부실의 1차적인 책임이 은행에 있으니 알아서 자체 해결하라는 당국의 자세는 무책임하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한보와 삼미에 이어 또다른 대기업의 추가 부도가 발생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만약 대기업의 부도 도미노 사태가 벌어진다면 국가신용도가 급락해 차입금리가 급등하고 국내은행들이 해외금융시장에서 아예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적정수준을 넘어선 외채와 경상적자, 줄어만 가는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최악의 외환위기 상황까지도 상정해야 한다. 국내은행 부실은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에 와있다. 금융개혁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6대 시중은행의 부실여신은 전체 여신의 14.3%인 23조3천억원에 이른다. 일본 등 선진국의 5∼6%선에 비하면 부실여신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다. 여기에 최근의 환차손과 주가하락에 따른 평가손까지 겹쳐 당기순이익은 매년 감소 추세다. 외국의 금융전문가들은 이미 한국의 많은 은행은 파산직전이라고 경고한다. 경영부실의 근본 책임은 물론 은행에 있다. 방만하고 안이한 대출과 경영의 낙후성은 우리 금융산업의 현주소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은행인사에 개입하고 대출에 압력을 행사, 거액부실여신을 가져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한보사태에서 거듭 입증되었다. 오늘날의 금융부실은 결국 은행 자체의 경영부실과 사라지지 않고 있는 관치(官治) 정치금융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해법도 함께 찾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해외금융시장에서 추락하고 있는 국내은행들의 공신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부실대출에서 비롯된 은행의 경영난이 외환위기나 수많은 예금주, 거래기업의 피해로 연결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부실은행에 대한 한국은행의 저리 특별자금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견해도 있으나 국내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해 정부가 경제논리에 따라 부실기업 처리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원칙에 어긋나니 고민이다. 금융부실은 1차적으로 은행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부실점포정리 기구축소 경영쇄신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합병인수를 통한 금융기관 대형화 및 업무영역정비 진입규제완화 서비스개선 등 과감한 금융산업 개편작업도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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