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연방범죄수사국(FBI)이 수난을 겪었다. 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사건의 폭발물이 요소와 질소 화합물인 것으로 판명되자 FBI측이 오줌에다 비료를 합성해 증거물이라며 내놓았다. 첨단과학수사를 자랑해 온 FBI라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내부고발자가 있었다. 그는 『FBI에 대한 사랑이 그같은 폭로를 한 유일한 동기』라고 떳떳이 말했다
▼金賢哲(김현철)씨의 인사비리를 폭로한 비뇨기과 의사 朴慶植(박경식)씨도 내부고발자로 볼 수 있다. 그가 김씨의 비리에 대해 입을 연 그 자체는 박수를 칠 만하다. 그러나 폭로한 동기를 따지고 보면 한심스럽다. 박씨는 자기에게 이권을 주지 않고 재판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해 주지 않아 김씨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나 국가를 위한 고발자라기보다는 동기가 치사하다는 생각이 더 든다. 더구나 그는 의사다
▼지난 87년1월 중앙대부속용산병원 내과전문의였던 吳演相(오연상)씨의 용기있는 행동은 지금도 이야깃거리다.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 취조실에서 朴鍾哲(박종철)군의 시체를 처음 검안한 그는 『박군이 「탁」차자 「억」하고 쓰러졌다』는 경찰의 발표를 완전히 뒤엎었다. 박군이 물고문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온세상에 알린 사람이 그였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시대인데도 의사의 양심은 칼날처럼 살아 있었다
▼의사로서 박씨는 어떠한가. 그가 촬영했다는 폐쇄회로 TV 내용들은 한마디로 보기에도 민망한 것들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시중에는 방범 목적으로 설치한 각종 폐쇄회로 TV카메라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풍조까지 생겼을까. 결국 그는 의사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환자에 대한 비밀과 윤리마저 지키지 않았다. 김씨의 비리는 마땅히 심판받아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박씨는 건전한 고발자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킨 의사도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