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나른한 봄」원인은 『생체 시계』

  • 입력 1997년 3월 5일 08시 02분


[김학진 기자] 요즘은 점심식사 후에 나른하고 졸음이 몰려 오는 때다. 춘곤증에다 식곤증까지 겹친 탓이다.

춘곤증은 겨우내 추운 날씨에 움츠려 있던 우리 몸이 수은주가 올라가면서 따뜻한 기온에 잘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다. 몸 상태가 개운하지 않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자꾸만 졸립다.

식곤증은 식사후에 소화를 하기 위해 많은 피가 위장으로 몰려 뇌로 가는 피의 양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그런데 왜 아침이나 저녁보다 점심식사후에 더 졸릴까.

한림대의대 김수영교수(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는 『그 해답을 우리 몸 속에 있는 시계, 즉 생체시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체의 체온은 0시부터 오전6시까지가 가장 낮고 그 다음으로 정오 전후에 낮다.

체온뿐만 아니라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같은 각종 호르몬의 분비량도 24시간 주기로 바뀌는데 낮12시 무렵에 많아져 한밤중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대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것이다.

생체시계는 인체가 밤과 낮이란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래 생체시계의 주기는 25시간이다. 자연의 하루보다 인체의 하루가 1시간 늦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러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똑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쪽으로 수면시간을 바꾸기가 더 어렵다. 밤11시에 자고 오전6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0시 취침, 오전7시 기상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만 밤10시에 자고 오전5시에 기상하는 것은 어렵다.

생체시계가 한시간 늦어지는 것은 쉬워도 한시간 빨라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교대근무를 하는 사람도 아침―저녁―야간작업의 순서로 교대하는 편이 그 반대보다 적응하기 편하다.

춘곤증과 식곤증을 이겨내려면 적당한 운동과 균형된 식사, 일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하면 생체시계가 변화된 외부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점심식사를 많이 하거나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식후에 곧바로 일을 하는 것도 효율이 떨어진다. 가벼운 산책을 해서 소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일과를 계획에 따라 진행할 수 있다면 오전에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을 배정하고 오후에는 사람을 만나거나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좋다.

식후 나른할 때 교통체증지역에 차를 몰고 나가면 사고의 위험이 커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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