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별 합격선 공개 바람직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3분


현행 대학입시제도하에서 희망하는 대학 학과의 합격 가능선을 모른채 무턱대고 지원하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만큼 수험생에겐 정확한 진학정보가 대학 및 학과선택에 중요하다. 교육부가 98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입생들의 학과별 수학능력시험 평균점수와 내신성적을 공개키로 한 것은 수긍이 간다. 수험생들의 선택과 교사들의 체계적인 진학지도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도 대학 학과별 커트라인 등 입시정보가 나돌기는 했다. 입시전문지와 입시학원 등이 비공식적으로 입수한 자료들이 널리 유통돼 왔다. 그러나 이것들은 대개 검증이 안된 부정확한 정보였다. 이를 근거로 마련한 지원가능점수가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놓고 심한 경우 10∼20점씩이나 차이가 나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중시켜왔다. 교사들 역시 진학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대학 및 학과의 서열화 등 부작용을 우려해 합격선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던 종전 교육부의 방침도 충분히 이해된다. 이번에도 많은 대학 관계자들이 이런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공개반대 입장을 표명,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어차피 합격선 공개여부와는 상관없이 대학 및 학과의 서열화는 현실이다. 비공식 자료가 난무하는 마당에 서열화를 막기 위한 비공개는 무의미하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인 것이다. 본란이 이미 주장했듯이 현실을 받아들여 수험생들의 진로선택에 도움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 이제 어느 선까지 공개하느냐가 문제로 남았다. 학과별 합격자의 수능평균점수와 내신성적에 국한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이에 대해 커트라인과 점수분포가 함께 공개되지 않는다면 진학지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평균점수만으로는 그 학과 합격자의 정확한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과목별 가중치와 면접점수 등 사정(査定)자료까지 공개해야 완벽한 진학지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적어도 수능 커트라인 정도까지는 공개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것이 올해부터 합격자의 성적을 공개키로 한 취지와 현실에 맞는다고 본다. 지난해 9월에 드러난 전국 수험생의 수능성적 컴퓨터자료 유출사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수요가 있는데도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부조리가 생긴다는 현실을 나타내 주었다. 각 대학이 합격자의 성적을 제출할 때는 과거처럼 다른 대학의 눈치를 보며 부풀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정확한 자료가 필요한 수험생들에게 혼란만 준다. 교육부가 각 대학의 자료들을 충분히 실사(實査)하고 사실여부를 검증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입시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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