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장엽 망명파장과 「주체사상」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1965년부터 북한의 통치이념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던 주체사상의 퇴조가 시작된 것은 30년이 지난 95년 여름부터다. 노동신문이 그해 8월28일자 논설 「붉은 기를 높이 들고 나가자」를 통해 주체사상 대신 붉은기 철학을 등장시켰던 것. 김일성사망후 金正日(김정일)지배 이데올로기로 등장한 붉은기 철학은 그후 신년공동사설을 비롯한 북한의 언론보도를 통해 계속 강조되고 있다 ▼붉은기 철학은 아직 이론적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김정일이 이를 내세워 인민에게 자신에 대한 무한한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항일(抗日)독립투쟁과 같은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는 김정일이 인민에게 무조건 떠받들라고 강요하는 지배사상체계인 것이다. 김일성시대를 마감하고 머지않아 공식 개막될 김정일시대의 새로운 통치이념인 셈이다 ▼김일성시대 30년 남짓 북한의 통치이념이었던 주체사상은 북한을 총체적 기아상황으로 몰아넣고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주체사상을 체계화하여 권위자가 된 黃長燁(황장엽)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 겸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의 『인민이 굶어죽는데 무슨 사회주의냐』는 푸념은 붉은기 철학으로도 만성화된 극심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황비서의 망명신청으로 일부 대학가 운동권 학생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다. 한총련내에서도 온건파 학생들은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보여준 극단적 사례라며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데 반해 민족해방(NL)계열의 주사파학생들은 조작이 아니냐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16일 김정일의 55회 생일을 앞두고 북한에서 날려보낸 고무풍선이 서울 도심지역에 불온선전물을 쏟아놓고 있다. 북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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