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검도 국가대표 주장 강호훈씨

  • 입력 1997년 2월 9일 20시 13분


[이훈 기자] 선수로 뛰기엔 아무래도 늦은 나이 서른여덟. 또래 모두가 현역을 떠나 홀로 남았지만 그에게 「검의 길」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국 검도 국가대표팀 주장 강호훈씨(38.6단). 내달 일본 교토에서 벌어지는 제10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팀의 맏형이다. 울산 언양중학교 체육교사인 그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게 된것은 14년만의 일. 진주 경상대 체육교육과 4학년 시절인 지난 83년 제5회 대회(브라질)에 대표팀 막내로 참가한 이후 무심한 세월이 흘렀다. 84년 대학졸업후 현역을 떠나 울산 중앙고 교사로 새출발한 그는 꾸준한 개인 수련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해마다 크고 작은 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해왔다. 1m82, 86㎏의 건장한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장쾌한 머리치기 기술로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던 그는 지난 91년 8년만에 다시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그 꿈을 접어야 했다. 당시 울산 중앙고 체육교사로 검도부를 맡고 있던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중앙고가 출전할 전국체전의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대회를 두달 앞두고 대표팀을 떠나야 했던 것. 당시 도교육청에서는 「세계대회에 출전하려거든 학교를 떠나라」는 최후 통보를 했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았다. 더 혹독한 훈련으로 자신을 채찍질했고 마침내 지난해 6월 다시 한번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동안 그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후배들과의 관계. 많게는 열네살까지 차이나는 「제자뻘」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기도 쉽지 않았고 「예(禮)」를 중시하는 검도의 기풍때문에 후배들이 오히려 자신을 너무 어려워했다. 그러나 혹독했던 지난해 8월 해병대 입소 훈련과 속리산 전지훈련, 지난달 대만 전지훈련 등 「지옥훈련」을 거치면서 후배들과의 관계가 부드러워진 것은 물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얻었다. 그의 이번 대회 목표는 「타도 일본」. 그동안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일본을 꺾은 적이 없고 늘 「2인자」로 머물러왔기 때문이다. 『검도에 입문한지 이제 25년이 됐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훈련때문에 대신 제 수업을 맡아주신 동료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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