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야당 왜 이러나

  • 입력 1997년 1월 23일 20시 34분


여야 영수회담이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것이 대화로 풀리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22일밤 MBC TV의 두 야당총재 회견을 본 사람들은 실망과 함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金大中(김대중) 金鍾泌(김종필)총재는 노동관계법 안기부법의 원천무효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그것 없이 문제해결은 안된다는 종래의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려면 두 야당총재는 영수회담에 응하기 전에 이들 법의 무효선언이 없으면 회담에 참석할 수 없다고 말했어야 옳았다. 대화로 문제를 풀려면 영수회담밖에 없다고 하고서는 회담이 끝나자마자 무효선언이 없으면 대화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두 야당총재는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에게 사실상 백기(白旗)투항을 요구하는 이런 자세는 책임있는 야당의 모습이 아니다. 본란은 그동안 노동계 파업이 빚은 위기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며 영수회담을 포함한 여야대화로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대타협을 위해서는 여(與) 야(野) 노(勞)가 서로 한발짝씩 물러서는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론의 이런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에 성사되기 힘들어 보이던 영수회담이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영수회담 이후의 상황은 어떤가. 여권(與圈)으로서는 실제 많은 것을 양보했는데도 두 야당은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식의 완강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영수회담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유예는 잘못이라며 복수노조를 인정하겠다고 밝혔고 노동법 안기부법 처리의 불법 여부를 포함, 모든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한 것은 분명히 큰 양보였다. 대통령으로서 이미 공포까지 한 법을 원천무효화할 수는 없으므로 국회에서 모든 것을 고치자는 뜻이었다. 그러기에 김대중총재도 회담 후 김대통령의 적극적 자세를 평가하며 큰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것이 아닌가. 김종필총재로서는 자민련 존립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강력히 반발하는지 모르나 영수회담이 대화와 타협의 물꼬를 터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두 야당이 문제삼고 있는 변칙처리된 법들의 유 무효여부는 이미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가 사법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야당은 국회처리의 불법성을 주장하지만 대통령이 공포까지 한 법을 무효화시킨다면 나라의 체면은 무엇이 되겠는가. 상대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고집하니 당리당략이란 비판을 받는 것이다. 지금 경제는 한없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기업의 경영환경도 매우 어렵다. 책임있는 공당(公黨)을 자처한다면 두 야당이 이래서는 안된다. 지금의 어려운 경제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시국수습의 책임을 정부여당에만 떠넘기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법의 유 무효판단은 헌재의 최종판단에 맡겨두고 야당은 이제 현실적 대안제시와 함께 국회에 들어가 대화로 문제를 풀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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