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76)

  • 입력 1997년 1월 20일 20시 13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66〉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계단 벽면에 몸을 기댄 채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하고 있던 나는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건 또 어찌 된 일입니까? 밖에는 글쎄, 이 저주받을 이발사 놈이 서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너무나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자말을 하였습니다. 「저놈이 내가 여기 온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 신의 뜻이었던지,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집 하녀 하나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지 매맞는 소리가 났던 것입니다. 하녀가 비명을 지르자 사내노예가 달려와 말리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법관은 사내노예까지 후려갈겼습니다. 그렇게 되자 사내노예 또한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사내노예의 비명소리를 들은 이 이발사 놈은 갑자기 발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놈은 매를 맞고 있는 것이 나인 줄로만 알았던 거지요. 이놈은 옷을 쥐어뜯고 머리에 흙을 끼얹으며 마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살려! 아이구, 사람 죽네!」 이렇게 되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이놈은 더욱 큰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우리집 주인이 저 법관댁에서 맞아죽고 있습니다! 제발 좀 살려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모자랐던지 저놈은 나의 집으로 달려가서는 집안 사람들과 하인, 노예들에게 울부짖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지금 법관댁 딸을 찾아갔다가 법관한테 들켜 모진 매질을 당하여 죽어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나의 집안 사람들과 하인들 그리고 노예들은 저마다 옷을 찢고 머리를 산발하고 법관댁으로 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법관댁을 바라보며 「아, 주인나리!」하고 울부짖었습니다. 이발사는 그들 누구보다도 더욱 격렬하게 옷을 찢고 흙을 머리에 끼얹으며 소리쳤습니다. 「아, 가엾어라! 주인나리께서 맞아 죽다니!」 이렇게 집 밖이 소란스러워지자 법관은 하인 한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뭐야? 집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가보고 오너라」 법관의 분부를 받은 하인은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 말했습니다. 「나리마님, 참으로 기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문밖에는 지금 남녀 합쳐 근 일만명은 모여 있습니다요. 사람들은 저마다 우리집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외치고 있습니다. 가엾어라, 젊은이를 때려 죽이다니! 하고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법관은 크게 당황하여 혼자 소리쳤습니다. 「이거 큰일났구나! 하인을 몇 대 때린 걸 가지고 사람들이 난리법석을 떠는구나」 그리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원성에 찬 소리를 치고 있었으니 법관은 간담이 서늘해져서 말했습니다. 「여러분, 여기들 모여서 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그러자 나의 집에서 몰려온 하인들이 법관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이 저주받을 놈아! 개같은 놈아! 돼지같은 놈아! 네놈은 우리 주인 나리를 죽여놓고도 아무렇지 않을 줄 아느냐?」』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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