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끄러운 한국도시 경쟁력

동아일보 입력 1997-01-10 20:24수정 2009-09-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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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 지방화시대의 국가경쟁력은 도시의 경쟁력에 좌우된다. 국제화시대의 경제활동은 국제적 시설과 운영시스템을 갖춘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도시의 경쟁력 강화는 이제 개별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추진해야 할 전략적 과제이다. 그런데도 서울을 비롯한 국내 6대도시의 국제경쟁력은 선진국의 대도시는 물론 개도국의 주요도시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세계 16개국 30개도시의 경제여건과 삶의 질, 시민의식 등 3개부문 10개변수군(變數群)을 비교지표로 삼아 도시의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종합경쟁력은 19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삶의 질만을 따지면 30위로 맨 꼴찌였다. 비교대상이 된 30개도시가 모두 선진국의 대도시가 아니고 개도국의 도시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의 위상은 말이 아니다. 1천1백만명의 인구 규모인 서울은 빠른 시일에 양적으로는 세계 유수의 도시로 급성장했지만 살기좋은 도시, 국제경쟁력을 갖춘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서울은 장기적인 개발전략에 따라 발전해온 도시가 아니고 급팽창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개발, 온갖 문제들을 빠짐없이 안고 있는 거대도시가 돼버렸다. 그러나 한국의 수도이자 동북아 경제발전의 중심도시의 역할을 해야 할 서울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본적인 과제에만 매달리는 도시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서울이 21세기를 맞아 경쟁력 있는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울의 도시기반시설과 기능이 그에 맞추어 확충되어야 하고 행정과 시민의식도 국제화되어야 한다. 국제도시로서의 물적기반은 도로 항만 공항과 같은 교통시설, 호텔 관광시설 같은 편의시설, 국제회의나 행사를 주최하는데 필요한 전시장 회의장 공연장 같은 각종 시설의 확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각국의 자본과 정보가 집결되고 주요한 의사결정이 서울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텔리포트 통신네트워크 비즈니스타운 등의 건설도 시급하지만 외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환경의 마련에도 주력해야 한다. 서울과 경쟁하는 도시들은 도쿄 오사카 홍콩 싱가포르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해나 북경 타이베이 그리고 동남아의 주요 도시들과도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다. 서울이 세계유수의 국제도시로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은 어느 도시 못지 않다. 서울이 하루빨리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의 강화 그 자체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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