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프랑스의 「경제 국수주의」

  • 입력 1996년 12월 6일 19시 57분


프랑스 정부가 4일 톰슨그룹 민영화 절차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힘으로써 대우그룹의 톰슨멀티미디어(TMM) 인수문제가 새로운 한―프랑스 현안으로 떠올랐다. 대우의 반발은 차치하고라도 프랑스 정부의 결정을 낙관적으로 기다려온 우리 정부도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민영화위원회가 문제삼은 것은 대우의 TMM 인수부문뿐이다. 이 위원회는 TMM의 선진기술이 외국(한국)에 넘어간다는 점과 TMM의 값이 잘못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적은 허점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기업의 매매가 자유로운 자본시장이 개방된 나라다. 합병을 하면 기술도 함께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동안 외국회사와의 합병 때문에 문제가 됐던 적은 없었다. 실제로 대우가 TMM에 매력을 느끼는 요소중 하나인 미국 자회사 RCA는 톰슨이 지난 87년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사로부터 사들인 회사로 톰슨도 이 회사를 인수하며 RCA의 기술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대우가 TMM의 적자를 떠안으며 상징적으로 1프랑만 지불키로 한 것도 프랑스 정부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때문에 프랑스 정부가 국제공신력 실추를 감수하며 당초의 결정을 뒤엎은 조치는 대우를 인수업체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여론이 TMM 민영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진짜 이유는 간판기업중 하나가 한국의 기업에 넘어간다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프랑스인들도 만일 미국이나 일본기업이 인수한다면 이같은 반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강요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 원칙도 그들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김 상 영<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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