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교포 아픔 도웁시다』…서울 쌍문中학생회 결의

  • 입력 1996년 11월 30일 20시 18분


『우리세대는 어른들과 달리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편지를 써서 알려줘야 해. 무조건 돈으로만 보상하려 해서는 안된다구. 안그래도 우리를 돈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알고 있는데…』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편지가 무슨 위로가 되겠니.당장 급한건 돈일 거야』 30일 오전11시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쌍문중학교(교장 諸潤根·제윤근) 학생회의실. 이 학교 2,3학년 학생 8명이 둘러앉아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조선족동포를 도울 방법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학생대의원회 간부인 이들은 고입 선발시험(12월10일)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신문과 방송에서 보고 들은 조선족의 어려운 형편을 더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급히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에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니까 거기에 동참하는 게 어떨까』 대의원회 회장인 李俊洙(이준수·15)군이 성금을 모아 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부회장 鄭希(정희·15)양이 반대의견을 냈다.『돈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와 그들 사이에 쌓여 있는 불신감이야. 연길시에 사는 조선족들은 세집에 한집꼴로 사기를 당했대. 거기에 사는 우리 또래 애들이 우릴 어떻게 생각하겠니. 한국사람 모두가 사기꾼은 아니라는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구』 『맞아. 중요한건 우리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하는거야. 신문에서 빚쟁이가 오면 도망가려고 뒷문에 신발을 준비해 놓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마음이 아팠어.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우리 또래들까지 서로 미워해서는 안될 거야』 학예부장을 맡고있는 林赫(임혁·15)군이 정양의 의견에 맞장구치자 미화부장 金昌珉(김창민·15)군이 나섰다. 『사기를 당한 조선족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을거야.지금 급한건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서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거라구』 편지냐 성금이냐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자 환경부장 이한승군(15)이 한마디 거들었다. 『성금도 보내고 편지도 쓰면 되잖아.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일만 해결하려 할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달라고 우리나라 높은 어른들한테 얘기해야 해』 학생들은 한시간 동안 토론을 벌인끝에 우선 간부들끼리 성금을 모은뒤 2일 오전 학급회의 시간에 전체 학생회의를 열어 전교생이 모금과 편지쓰기 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임시 모금함을 마련해 우선 자신들이갖고있던 꾸깃꾸깃한 천원짜리 지폐와 동전을 넣었다. 그때 2학년 부회장 李允淑(이윤숙·14)양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모금을 해서 보내면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잘 전달돼야 할텐데…』 〈李珍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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