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뉴]어린이들 『백과사전 시대』…한달 수천질 팔려

  • 입력 1996년 11월 24일 20시 10분


「李成柱기자」 「일본과 중국의 지도를 보며 우리 교포가 많이 사는 지역을 알아보고 왜 이들이 이 지역에 많이 살게 됐는지를 조사해 보자」.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예습과제다. 교사들은 「부마(釜馬)사태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 고장의 위인을 알아보자」 등의 숙제도 내줘 수업시간에 발표하도록 한다. 초등학교 수업이 예습과 발표 중심으로 바뀌면서 어린이들이 가정학습때 수시로 참고하던 전과가 점점 외면받고 있다. 대신에 백과사전이나 과학전집, 아동교양서적 등이 「전과의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주부 김모씨(39)는 『딸아이가 수업시간에 발표한 내용이 전과내용과 똑같아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며 과학전집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면서 『책값도 부담이지만 어떤 책을 살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좋은 전집을 사주기 위해 이웃과 정보를 교환하는 주부도 많다. 학부모에겐 부담이 생겼지만 백과사전을 파는 출판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두산동아는 지난해 시장조사 결과 백과사전 수요자의 과반이 초등학생인 것으로 나타나자 판매사원에게 초등학생 학부모를 적극 공략하라고 독려해 1백30만원짜리 두산세계대백과사전을 한 달에 1천2백∼1천5백질 정도 팔고 있다. 웅진출판사는 지난해 한국브리태니커사로부터 판권을 인수한 1백49만원짜리 브리태니커세계대백과사전을 같은 전략으로 한 달에 2천∼3천질 팔고 있다. 이 책은 이전에는 한 달에 2백질을 팔기도 힘들었다. 과학전집도 많이 팔리고 있다. 중앙교육연구원은 「과학의 신비」(23만원) 「자연의 신비」(29만원) 등을 한 달에 2천질 이상 팔고 있다. 이 출판사는 지난해 65%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고 올해는 70% 이상의 신장을 낙관하고 있다. 웅진출판사는 「한국의 자연탐험」(51만6천원)을 한 달에 3천∼4천질 팔고 있다. 서울의 대형서점은 올해 전과류 판매가 5%정도 줄었다. 서점관련자와 교사들은 전과의 판매량 감소는 미미하지만 활용도는 훨씬 더 떨어진다고 말한다. 대형서점에는 주말이면 부모와 함께 나와 교양서적을 사거나 바닥에 앉아 공책에 책 내용을 베끼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성적표와 시험이 없어지는데다 자기 스스로 조사하고 발표하는 수업이 확산되는 추세여서 아이들이 전과로부터는 더욱 멀어지고 백과사전이나 과학전집,아동교양서적 등과는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서영석장학관은 『아이들이 다양한 자료를 찾아 지식을 얻을 수 있어 바람직하지만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이 커질까봐 걱정』이라면서 『아이들에게 도서관 이용법을 알려주고 집 부근 도서관을 이용하도록 권장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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