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시 살림 알뜰하게

  • 입력 1996년 11월 9일 20시 54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두번째로 편성한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은 긴축을 위한 고심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올해 3.5% 감소했던 총재정규모가 내년에는 8.1% 늘어나며 시민의 직접부담으로 충당되는 일반회계는 14.5%가 증가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적정증가율을 웃돈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는 지자체로서는 긴축에 한계가 있고 또 벌여놓은 사업이 워낙 많다보니 예산편성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장기침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팽창예산이다. 총 9조3천억원의 서울시 예산은 정부예산의 8분의 1이 넘는다. 이같은 방대한 재원마련을 위해 서울시민이 내야 하는 세금은 1인당 42만6천원꼴로 올해보다 5만9천원 가량 늘어난다. 또 각종 사용료와 수수료의 대폭 인상도 불가피하다. 지하철 건설을 위한 차관도입 및 채권발행으로 내년말 부채규모는 5조1천4백여억원으로 늘어나 시민 한사람당 50만원가량의 빚을 안게 된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 못지않게 건전재정도 중요하다면 예산편성은 보다 알차고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용도가 불분명한 예비비가 올해보다 무려 92%나 증액됐다. 서울시의 방만한 예산운용은 작년과 금년 모두 마찬가지였다. 작년 예산 미집행 이월액이 무려 1조9천억원이었는가 하면 올해 이월액도 6천1백억원에 이른다. 서울시 예산편성과 집행이 매우 엉성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시민부담을 전제로 한 지자체 살림은 세수(稅收)의 틀을 합리적으로 짜야 함은 물론 집행상의 우선순위를 잘 가리고 낭비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서울시의회의 예산심의가 시당국의 예산편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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