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초전은 패했지만…韓 탁구, 中 안방서 金 도전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22일 0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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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서 중국에 완패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에 金 도전

이달 초 강원 평창군 평창돔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아시아탁구협회(ATTU)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종목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이었다. 이 대회에서 중국은 7개 금메달을 독식하며 한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의 기를 죽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로 종합 2위에 올랐다. 여자 탁구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고 신유빈-전지희 조가 여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은 혼합 복식에서 임종훈과 함께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남자 탁구 대표팀은 단체전 4강에서 장우진-임종훈, 안재현-박경현 복식조가 나란히 동메달을 땄다.

6개의 메달을 따냈지만 남녀 단식에서는 선수 전원이 16강 이하에서 탈락했다. 안방에서 치러진 대회에서 금메달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선수들이 앞선 국제 대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체력적으로 지쳤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표팀 선수들이 그대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이 때문에 오는 22일 아시안게임 탁구 경기 개막까지 10일 남은 상황에서 메달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탁구 대표팀에 비상이 걸린 반면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종합 1위에 오르며 아시아 최강임을 과시했다. 중국은 금메달 7개, 은메달 5개, 동메달 3개를 땄다. 여자부 왕만위가 3관왕, 남자부 마룽이 2관왕을 차지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 복식에서 세계선수권 금메달 조합을 깨는 여유를 과시했다. 남녀 복식 모두 짝을 바꿔 이번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했음에도 금메달을 독식했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보지 못한 조였음에도 한국을 비롯한 타국 팀들을 격파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중국 복식조들은 경기를 치르면서 호흡을 맞춰갔음에도 무난히 금메달을 땄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은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의 카드를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중국이 대회에 임박해 복식조를 바꾸는 변칙을 구사하면 한국은 이에 대응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대표팀 선수들도 이번 대회에서 중국의 위력만 실감했을 뿐 이렇다 할 공략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 인터뷰에서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하나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여러 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남은 시간이 얼마 없지만 좀 더 나아지도록 준비해서 항저우로 가겠다”고 밝혔다.

임종훈도 “중국을 이기기 위해선 닥공(닥치고 공격)도 좋지만 공수 밸런스가 중요하다. 중국은 닥공이 아니라 공수를 모두 잘하기 때문에 뚫리지 않는다”며 “중국선수들은 영리하게 플레이한다. 공격도 좋지만 범실을 하면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리시브를 단단히 해야 한다. 닥공이 들어갈 땐 모르지만 수세에선 뒤집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선수들을 그들의 안방에서 꺾을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한국 대표팀은 이변을 일으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겠다는 각오다. 장우진은 “좋은 리허설을 했다. 각성하는 계기가 돼서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술적으로도 업그레이드해 더 단단한 강자가 돼야 한다. 좀 더 반성하고 더 열심히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현과 박강현은 “4강전은 앞서가던 첫 게임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중국은 확실히 이기는 방법을 알고 경기하는 것 같다”며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기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겠다. 처음 짝을 이뤘지만 호흡은 생각보다 좋다. 이번 대회에서 가능성을 찾은 만큼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도 아시안게임 선전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주세혁 남자 대표팀 감독은 “약간의 충전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의 패배가 어쩌면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며 “아시안게임에서는 좀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오광헌 여자 대표팀 감독은 “어려움 속에서도 단체전과 복식 등에서 목표에 가깝게 간 것에 대해서는 일단 만족한다”며 “다만 단식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잘 복기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항저우에서는 좀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탁구 경기는 오는 22일 남녀 단체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단체전 결승전은 26일 개최된다. 혼합 복식 결승은 30일, 남녀 단식과 남녀 복식 결승전은 다음달 1일과 2일에 걸쳐 열린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1년 만에 금메달을 수확하게 된다. 당시 남자 복식에서 이철승-유승민 조, 여자 복식에서 이은실-석은미 조가 정상에 올랐다.

이후 한국은 2006년 도하 대회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 2010년 광저우 대회 은메달 1개와 동메달 4개, 2014년 인천 대회 은메달 1개와 동메달 3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은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를 땄다.

한국 탁구가 21년간 이어진 아시안게임 노골드 행진을 끊고 중국 안방에서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년 전 금메달의 주인공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아시안게임까지 짧은 시간이 남았지만 빠르게 전열을 정비해 제 모습을 찾아주길 바란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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